24일 중국 하이난성에 열린 보아오포럼 행사장에서 한화그룹 김동원 상무(왼쪽)가 중국 톈진시 짜오하이샨 부시장을 만나 톈진시 자유무역지대의 최근 투자환경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화 제공
23~26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서 마치 한국을 대표한 듯 유독 눈길을 끈 기업은 한화그룹이었다. 한화는 이 포럼에 4년 연속 참가했다. 특히 24일 ‘아시아 스타트업’ 공식세션을 이끈 사람은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32) 한화생명 상무다. 아시아의 20~30대 스타트업 창업자 20명이 패널로 참가한 이 세션은, 국내 기업 최초로 한화가 주관해 포럼 주최 쪽과 함께 만든 라운드테이블 행사였다.
김 상무는 30대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 중에서 올해 보아오포럼의 유일한 참석자다. 2007년 보아오포럼 이사로 선임된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과, 뒤를 이어 2013년부터 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는 구속과 출국금지로 발이 묶이면서 ‘한화의 오너 3세’가 이번 포럼 축제에서 댄싱퀸처럼 단연 주목받았다. 한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데는 당면한 외교·안보 환경도 가세했다. ‘사드 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데다, 애초 이 포럼에 초청받았던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참석 세션이 갑작스럽게 “패널 구성 불발”을 이유로 무산됐다. 한화는 “(한화와 김 상무가 이번 포럼에 참가해) 최근 어려워진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도 민간 경제외교사절로서 활동을 펼쳤다”고 밝혔다.
글로벌 포럼·협회를 통한 인맥 구축은 한화의 오랜 전통이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2010년부터 매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여하는데, 다보스포럼의 차세대 유망주인 ‘영글로벌리더’에도 선정됐다. 김 상무도 지난해 보아오포럼의 ‘영 리더스 라운드테이블’ 공식 패널로 선정돼 포럼 신고식을 마쳤다. 지난 1월 재벌기업 오너 중 유일하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초청장을 받은 김승연 회장은 2001년에 한미교류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지내는 등 미국 정계와 두터운 교분을 쌓아왔다. 한화 쪽은 “방위산업이라는 한화가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상 미국 등 여러 국가와 기업의 기술 도입과 규제 영향을 많이 받게 돼 선대 회장 시절부터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필요로 했다”며 “이것이 김 회장에게 이어지고 창업 3세들 행보에도 계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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