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 27일 미국 뉴욕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갤럭시S8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최선을 다했습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30일 공개돼 4월21일 출시될 예정인 삼성전자의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이 고동진(56)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의 길고도 깊었던 마음고생을 끝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언론과 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하지만 워낙 큰일을, 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겪은 후유증으로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다.
고 사장은 성균관대 산업공학과(학사)와 영국 서섹스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한 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해 줄곧 개발실에서 일해왔다. 기술전략팀장과 기술개발실장 등을 거쳐 2015년 12월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무선사업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을 출시했는데, 하반기에 아이폰7 대항마로 내놓은 갤럭시노트7이 이상 발화로 2번의 리콜 끝에 단종됐다.
스마트폰 업계에선 리콜과 단종 모두 초유의 일로, 삼성전자는 무려 8조원 가까운 손해를 봤다.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고, 지난해 4분기에는 분기 기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애플에 넘겨주기까지 했다.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갤럭시S8을 들고 소비자들의 심판을 기다리는 고 사장의 심적 부담이 얼마나 클지는 짐작하기도어려울 것 같다.
고 사장은 갤럭시S8 공개(언팩) 행사를 이틀 앞둔 지난 27일 미국 뉴욕 하얏트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국내외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스마트폰 유통업계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 보니 갤럭시S8이 전작인 갤럭시S7보다 많이 나갈 것 같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뒤 지금까지도 갤럭시S7 판매에 주력해 왔다. 당연히 역대 어떤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도 많이 나갔다. 판매량이 5천만대를 넘어섰다는 말까지 나온다. 갤럭시S8이 이보다 많이 팔린다면 고 사장은 말 그대로 ‘초대박’을 치고, ‘마음 고생 끝·행복 시작’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두고 봐라.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입은 엄청난 손해를 코스트(손실비용)가 아닌 인베스트먼트(투자)로 삼아지게 하겠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성공시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입은 손해를 만회하고,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나면 경쟁자들이 상상도 못할 경험을 유일하게 한 업체로 거듭나는 셈이다.
고 사장은 갤럭시S8에 대해 “기술 혁신과 소비자 중심 철학이 집대성된 아름다운 스마트폰이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먼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이라고 자랑했다. “갤럭시S7은 디스플레이 면적 비율이 74%였지만 갤럭시S8은 83%다. 화면 비율도 18.5 대 9로 바꿨다. 이를 위해 앞면 버튼과 테두리는 물론이고 회사 로고까지 버렸다.” 그는 “동영상과 게임을 많이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스비’로 스마트폰과 사용자 사이의 인터페이스 방법에 혁명을 시도한 점도 내세웠다. “큰 그림을 갖고 나선 도전”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했다. 기술 진화와 생태계 확장이 이뤄져야 한단다. 그는 “지난해 인수한 비브랩스 기술이 빅스비의 생태계를 넓히고 정확도와 활용 범위를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영어를 쓰는 외국인 천명을 상대로 공모해 빅스비란 이름을 지었다. 고 사장은 빅스비에 대해 “남성과 여성의 성을 모두 커버한다. 성차별이 없는 이름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빅스비란 이름의 예쁜 다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겪으면서 부품 검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품 업체들도 품질과 안정성 기준 검사 등을 통과해 양산에 들어가면 비용 절감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품질이 틀어질 수 있는데, 그걸 챙기지 못했다. 지금은 배터리에 대해서는 스마트폰 공장에 입고될 때마다 전부 품질과 안정성 검사를 받게 한다.” 배터리 불량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 리콜·단종 사태 뒤처리 과정에서 소비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솔직히 처음 겪는 일 아니었냐. 그런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발생한다면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들과 투명하게 소통하자는 원칙을 정했다.”
뉴욕/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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