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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저임금 찾아 떠난 1만2천개 해외진출기업 수익성 낮아

등록 2017-04-03 17:19수정 2017-04-04 02:58

KOTRA, 해외진출·투자기업 경영실태 조사
저임금 쇼핑에도 ‘저생산성·저비용’ 유형 82%
‘국제 가치사슬’ 깨져 해외진출 전략 수정 필요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국제분업체제 폐쇄화’로 1만2천여개 법인에 이르는 우리나라 해외진출·투자기업의 전략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팽창이 둔화하는 등 글로벌 생산네트워크가 큰 폭으로 변모하는 상황에서 저임금 생산기지로 떠났던 해외진출 기업의 수익성이 매우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3일 코트라가 내놓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1475개 법인을 대상으로 현지 매출액 및 고용인력 지표를 활용해 생산성과 노동비용 효율성을 살펴본 결과 ‘저생산성·저비용’ 유형에 속하는 기업이 81.9%(1208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생산성·고비용’은 12.5%(185개), ‘고생산성·저비용’은 3.9%(57개)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생태계는 주로 단순 저임금 생산기지를 겨냥해 찾아 떠났음에도 정작 수익성(생산성)은 매우 낮은 셈이다.

국가별로 ‘저생산성·저비용’ 유형을 보면, 중국은 총 334개 진출기업 중 276개, 베트남은 637개 기업 중 549개, 인도네시아는 125개 중 109개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 총 24개 진출기업 중 ‘저생산성·저비용’이 11개, ‘고생산성·저비용’이 9개였다. 최윤정 코트라 차장(글로벌전략지원단)은 “해외진출 기업은 국내 경쟁력이 낮은 기업들로 비용이라도 절감하려고 저임금을 찾아 중국에서 동남아로, 다시 제3국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저임금 쇼핑을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줄어든 노동임금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낮은 수익성은 최근의 글로벌 부가가치 생산네트워크 변동과 맞물려 해외진출 전략의 재배치를 요청하고 있다. 최 차장은 “중국과 미국 시장 모두 폐쇄형으로 돌아서는 등 국제분업 가치사슬이 급변하고 있다”며 “유럽연합이나 동유럽, 서남아시아 시장 쪽으로 새 가치사슬을 구축하거나, 부품·완성품 등 ‘생산’에 치중하던 데서 벗어나 연구·개발, 기획·마케팅 등 새 가치창출 분야로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 지역, 제조공정 등 세 가지에 걸쳐 세분화된 최적의 조합을 고려해 현지진출·투자를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진출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려 국내 고용·생산을 끌어올리는 ‘가치사슬 확장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진출기업의 경우, 제조업은 현지조달(61%),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조달(26%), 제3국 조달(16%) 순이었다. 비제조업에서도 현지조달(59%)이 높고, 한국 조달(33%), 제3국 조달(20%)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4~7월 중국·미국 등 전세계 75개국에 진출한 1만1943개 법인을 대상으로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각국 해외무역관이 전체 해외진출 기업(개인사업자·비영리 단체 제외)을 대상으로 경영실태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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