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시드릴’ 위기에 시추선 인도 연기
대우조선·삼성중 각 1조원, 8200억원 물려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익성 확보 안된 탓”
대우조선·삼성중 각 1조원, 8200억원 물려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익성 확보 안된 탓”
‘수주 가뭄’으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드릴십 암초’까지 만났다. 국제유가가 50달러 선에서 정체되면서 원유시추선인 드릴십 선주들이 파산 위기를 맞아 선박 인도를 자꾸만 늦추고 있어서다.
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해양시추업체인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사는 최근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노르웨이의 선박왕’으로 불리는 존 프레드릭슨 회장이 소유한 시드릴은 수년간 지속된 저유가와 해양시추 업황 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면서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은 2012~2013년에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총 5척을 수주해 건조해 왔다. 대우조선은 드릴십 2척을 약 11억 달러(약 1조2천억원)에 수주했으나 인도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애초 인도일은 2015년 말이었으나, 시드릴의 요청으로 내년 2분기와 2019년 1분기로 각각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릴의 운명에 따라 인도 포기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에 2조9천억원의 추가 지원을 추진 중인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시드릴의 드릴십 인도 무산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구조조정 계획을 짰기 때문에 이번 지원방안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드릴십 2척을 인도할 날짜가 지난달 말이었는데 최근 갑자기 시드릴이 인도 연기를 요청해와 협의 중이다. 삼성중공업 쪽은 “드릴십 인도가 연기되면 건조 잔금을 제때 못받게 되지만, 최근 드릴십 인도 연기 요청이 많은 터라 시드릴의 인도 연기를 미리 예상하고 경영계획에 이미 반영했다”며 “회사 자금수지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시드릴과 선박 인도시 잔금을 많은 받는 방식인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했다. 이 때문에 계약금액의 30%는 선수금으로, 나머지는 인도시에 받을 수 있다. 시드릴이 파산할 경우 대우조선은 1조원 가량을, 삼성중공업은 8200억원 가량을 떼일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인도가 무산되면 시장에서 매각할 계획이지만, 현재 유가 수준에서 이를 인도할 선주를 찾는 것도, 적정 가격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터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계약취소를 당했다. 2012년에 5억7천만 달러에 수주한 드릴십 1척의 인도 기일은 2015년이었지만, 올 한 차례 연기했다가 끝내 계약이 취소됐다. 앞으로 다른 선주들도 인도 요청을 할 우려가 있다. 이미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은 시추설비선 2기(잔금 1조원)를 수년째 연기해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를 키웠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상승세를 타던 국제유가가 다시 정체되면서 드릴십 선주들로부터 인도 연기 요청이 자꾸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2012~13년에 국내 조선사가 드릴십을 수주해 유가가 더 오르지 않으면 인도 연기가 잇따를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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