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비 면제조건 ‘근속 10년’은 현저한 불공정 행위 아냐”
단, 교통비·급식비 2600만원은 ‘임금 성격’…“반납 안해도 돼”
단, 교통비·급식비 2600만원은 ‘임금 성격’…“반납 안해도 돼”
대한항공 전직 조종사들이 근속 10년을 못 채우고 회사를 그만두면 비행교육훈련비를 회사에 반납하게 한 규정이 ‘노예계약’과 같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24일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는 대한항공에 다니다 퇴사한 김아무개씨 등 조종사 15명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및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육훈련비를 조종사들이 부담하게 한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며 “다만 실제 비행훈련비용 이외에 급식비·교통비 등 임금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비용까지 훈련비에 포함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정한 조종사 1인당 비행고등과정 훈련비 1억7500만원 중 1억4900만원은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고 인정하고, 나머지 2600만원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해당 조종사들은 대한항공에 채용돼 초·중등 훈련비용 약 1억원을 자비로 부담했다. 단 고등과정 훈련비 1억7500만원은 대한항공이 대납해주는 대신 10년 근속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됐다. 이들은 대한항공에서 6년∼8년간 일하다 퇴사했다. 그러자 대한항공은 근속기간을 고려해 1인당 2700만원∼1억1800만원을 반납하게 했다. 조종사들은 이에 반발해 “대한항공이 교육비를 임의로 정해 근로자에게 모두 부담시키고 10년 근속 조건에 따라 교육비를 일시에 토해 내게 한 것은 노예계약과 마찬가지”라며 “교육비 책정이 정당하게 됐는지 근거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훈련비 상환이 면제되는 근무 기간을 10년으로 정한 것과 고등과정 훈련비를 자부담으로 정한 계약은 현저하게 공정성을 잃은 무효행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다만, 조종사들이 실제로 비행훈련 자체를 위해 지출한 비용에 한해 상환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등훈련비 중에서 임금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일반복리후생비·급식비·여비교통비·생활지원비·복리후생비 명목까지 반납하라는 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무효라는 것이다. 해당 조종사들은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