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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삼성 미래전략실은 청와대·국정원·감사원에 닿았다

등록 2017-04-26 15:59수정 2017-05-02 16:20

Weconomy | 법정 위에 선 삼성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은 국정농단의 실상뿐만 아니라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삼성공화국’의 단면을 드러낸다. 삼성그룹은 ‘삼성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한국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하다.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문화·사회 곳곳에 미친다. 하지만 그 거대한 고리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삼성이 검찰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엿볼 수 있었던데 이어 다시 그 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위코노미>는 재판에서 나오는 얘기를 바탕으로 삼성이 권력 핵심부와 어떻게 교감하고, 무엇을 얼마나 주고 받았는지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들을 연재 기사로 살펴본다.

국정농단 재판과 연루된 삼성 임원 가운데 휴대전화 메시지가 드러난 것은 장충기 전 차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전 사장(전 대한승마협회 회장)뿐이다. 하지만 2015년 5월부터 담긴 장 전 차장 휴대전화는 삼성의 영향력을 가늠케 한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뿐만 국정원, 법원, 검찰, 언론계 등과 주고받은 많은 문자메시지, 통화목록이 담겨 있다. 장 전 사장은 이번 재판에 연루된 삼성 고위 임원 가운데 박상진 전 사장과 함께 휴대전화 기록을 지우지 않았다. 장 전 사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최지성 부회장에 이어 두 번째 지위에 있으며, 삼성그룹의 대외업무를 총괄 지휘했다. 법정에서 특검은 장충기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 등이 국정농단과 연루된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쪽은 대외 업무 총괄로 일상적인 업무 차원이었다고 반박했다. 가급적 그들의 주장을 원문 그대로 싣는다.


(1) 권력기관과의 ‘교감’


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장충기 전 사장은 안 전 수석과 2015년 5월 이후 약 1년간 통화내역이 총 94회로 사나흘에 한 번꼴 통화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삼성그룹 현안을 논의했다. 때론 안 전 수석의 가족도 챙겼다.

‘연락 부탁드린다. 어느 정도 수습되면 다음 주 발표하겠다’(안종범에게 보냄. 2015년 6월 17일)
특검 “기억 안 난다고 했는데 나중에 이재용 부회장의 메르스 관련 사과인 듯하다.”

‘편하신 시간에 전화드리고 싶다.’ (장충기가 보냄. 2015년 7월 17일)
특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 오전에 통과됐는데 오후 4시에 보냈다. 합병 찬성에 인사하기 위한 것이다.”

변호인 “시간을 보면 16시 2분이다. 상당히 오후다. 주총이 끝난 직후나 7월 10일 국민연금에서 합병 찬성 표결로 결정될 때 이런 인사를 하면 몰라도 이런 늦은 시간에 문자 보내는 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저희는 생각한다.”

‘편할 때 전화 부탁드린다’(장충기가 보냄. 2015년 7월 19일)
특검 “안종범 전 수석 전화 받아서 박 대통령과 독대 일정을 잡았다.”

‘대통령 요구사항인 승마는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2015년 7월 25일 전후)
특검 “장충기가 안 전 수석에게 문자 보낸 뒤 통화에서 김종, 김종찬 등과 이야기하라고 답 받았다.”

‘카니발 9인승이 휴가 가니 오빠 이름으로 (예약)돼 있다. 뭔가요.’ (2016년 7월 29일)
특검 “안 전 수석 동생 안아무개씨가 제주 여름 휴가 당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장 전 사장은 삼성 쪽에서 개인적인 부탁도 챙겨준 것 인정했다.”

‘순환출자 해소 관련해 BH(청와대) 인민호 과장을 만나서 서류를 전달하고 설명을 했습니다. 소멸 존속의 구분에 따른 차이는 공정위 입장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였고 공정위 최초 보고도 신규가 아니라 강화하였다고 합니다. 윗선에서 본 건을 검토하라고 할 경우 회사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청와대가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는 했습니다. 황창식 배상’(2015년 12월 20일)
특검 “삼성전자 이왕익 전무가 장충기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로, 김앤장 황창식 변호사가 청와대에 파견된 공정거래위원회 인민호 행정관을 만나 면담한 결과를 보고한 것이다. 이후 장충기 전 사장은 2015년 12월 21일 오후 3시 48분과 22일 밤 10시 10분께 안종범 전 수석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의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신규 순환출자에 따른 처분할 주식을 줄이기 위한 청탁이다.”

변호인 “문자를 받은 시간은 12월 20일 오전 9시 37분인데 안 전 수석과 통화를 한 시간은 하루가 지나서다. 문자메시지와 통화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2015년 12월 21일과 22일 통화는 안 전 수석이 장충기 (전) 사장한테 먼저 전화를 건 것이다. 청탁이라면 장 전 사장이 먼저 전화해야 했는데 거꾸로다.”

②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총리님 메르스 관련 의논 드리고 싶습니다. 장충기 드림’(2015년 6월 21일)
특검 “최 전 부총리는 메르스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연락했다. 메르스 논의한 거 맞냐고 물으니 장 전 사장은 “아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③ 감사원 관련

국정원 기조실장과 통화에서 감사원 사무총장 후보로 이욱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제외 요청 의혹(2015년 7월)
특검 “국정원 기조실장과 통화에서 “(이욱) 사무총장 하는 건 있을 수가 없어. 이욱을 후보에서 배제하라고 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하자 장 전 사장은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욱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세평만 이야기해줬다”고 답했다.”

※ 당시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임기가 끝나는 김병철 감사위원 후임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 김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대전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이완수 변호사, 이욱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 정길영 감사원 1사무차장 등이 거론되던 상황이었음.

‘감사원 사회복지 감사국장 만났는데 청와대로부터 전염성 관리실태 감사 요구 있어서 착수 전에 미리 이야기해달라고 했다.’(2015년 7월)
‘방금 감사위 회의 끝났는데 삼성 관련은 처분 요구 없이 종결됐고 14번 환자 한건만 조치하도록 의결됐어. 당초 처분 요구서 내용도 수정됐다고 해. 의료법 위반이 되면 행정처벌이 돼.’ (2015년 7월)
특검 “삼성증권 박의명 고문이 메르스 관련해 감사원 관계자 만난 뒤 장 전 사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감사원 회의 결과도 알려왔다. 이와 관련해 장 전 사장은 “메르스 관련 청탁 사실 없다”고 했고, “로비보다 피아르(PR) 차원에서 문자 보낸 것”이라고 답했다. 또 박의명 고문이 감염병 관리법 위반에서 의료법 등으로 적용 법령을 변경시키는 등 로비에 성공한 것 같지 않냐고 묻자 장 전 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감사원 인사 등에 영향력 준 것이 인정된다.”

변호인 “마치 메르스 관련해 삼성에서 청탁한 것처럼 오해하고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의명이란 사람은 삼성증권 고문으로 일했고, 사실 고문 계약이 끝나는 지위였다. 메르스 관련해 자기가 상당히 역할을 한 것처럼 문자를 계속 보낸 것이고, 장 전 사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로비보다 박의명 고문이 자기가 열심히 한다는 피아르 차원에서 문자를 보낸 것이다.”

이같은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근거로 특검 쪽은 삼성이 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청와대 안종범 전 수석과 장충기 전 사장이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주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처분해야 할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주식을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이기 위해 청와대에 파견 온 공정위 행정관을 만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삼성의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줄이기 위해 감사원에 로비하고, 국정원 간부와 전화 통화를 하며 감사원 인사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안 전 수석 가족 뒷바라지까지 챙기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장충기 전 사장이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여러 직원이나 그 밖의 삼성 관계자에게 많은 연락과 정보를 주고받는 지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많은 사람한테서 문자가 오고 전화 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1심 판결은 오는 8월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장 전 사장의 휴대전화 기록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장 전 사장이 공무원들과 주고받은 문자와 통화는 삼성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보여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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