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과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롯데는 4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각각 분할하고,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투자부문을 합병해 ‘롯데지주 주식회사’ 체제로 바뀐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다시 합병 등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이사회 결의 내용은 올 8월31일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승인을 전제로 합병 기일은 10월1일이며, 이후 4개 사업회사는 심사 절차를 거쳐 10월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롯데제과 등 4개사의 기업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을 선택했다. 인적분할은 기존(분할)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동빈 회장은 현재 롯데제과에 9.1%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신설 투자회사에 대해서도 9.1%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신설 투자부문을 흡수 합병해 출범하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4개 회사 투자부문의 시가를 당장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병 비율은 일단 관련법으로 정해진 방식에 따라 ‘본질가치’로 평가해 외부평가기관이 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자회사 경영평가, 업무 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을 맡는다. 지주회사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꾸려질 예정이다.
롯데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 강화, ‘일본회사’ 논란 불식,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지주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이 현물출자와 신주인수 등을 거치면서 현재 4개 회사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롯데제과 9.1%, 롯데쇼핑 13.5%, 롯데칠성음료 5.7%, 롯데푸드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롯데를 괴롭혀온 순환출자 고리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된다. 롯데 관계자는 “4개 회사 분할?합병이 이뤄지면 순환출자 고리는 67개에서 18개로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 역시 합병 또는 분할이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벌써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이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안,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를 사업·투자회사로 쪼갠 뒤 상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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