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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전통시장 복판에 대형마켓…“사람들 오게 해야, 팔 기회라도 생기잖어”

등록 2017-06-27 14:55수정 2017-06-27 19:59

Weconomy | 현장_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

2층 5백평 24년간 텅텅
시장 1층에 106개 점포
장날엔 노점 3천개…1만명 북적
평일엔 1백명도 안와

당진어시장 보고 ‘유레카’
청년상인이 낸 아이디어 결실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 들어서
전통상인 배려 공간설계
지역청년 ‘청년몰’과 동시개장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27일 오전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 2층. 24년간 버려졌던 약 1700㎡(500평) 규모의 공간이 새로 태어났다. 이날 이마트의 노브랜드 매장과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게 될 16곳(향후 4곳 추가 예정)의 상점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시장은 5일마다 돌아온 장날에 개장식까지 열리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지역 주민들은 “이곳이 이렇게 변했네”, “아휴 좋다”며 마냥 신기해했다. 기존 상인들의 1층 매장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꽃집, 빵집, 도자기, 네일샵, 3D 프린터 체험 가게, 일본수입 잡화 매장, 캘리그라피 가게 등 시골 전통시장에선 보기 힘든 새로운 상점들이 문을 열었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가게들은 20~30대 청년들이 운영하는 ‘청년몰’이다. 이곳을 지나면 노브랜드 매장이 나온다.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 모습. 24년 동안 버려졌던 2층 점포에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과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27일 함께 문을 열었다. 사진=이마트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 모습. 24년 동안 버려졌던 2층 점포에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과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27일 함께 문을 열었다. 사진=이마트
전통시장 한복판에 대형마켓이 들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상인들은 그동안 상권이 무너진다며 시장 주변에 대형마트나 대형 슈퍼마켓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왔다. 하지만 선산봉황시장은 거꾸로 이마트가 만드는 자체상품(PB)을 파는 노브랜드를 시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편의점보다 크고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중대형 마켓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이다. 장날에는 3천개의 노점이 생겨 방문객 1만명에 달하지만, 평일에는 찾는 손님이 100명도 채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산시장이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곳이지만, 극심한 손님 수 격차는 상인들을 어렵게 했다. 지난해 정부 지원으로 장사를 시작한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8명의 청년 상인이 일을 시작했지만, 현재 2명만 남았다. 전통시장 입장에서는 ‘공공의 적’인 노브랜드를 끌어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27일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 2층에 입점한 이마트 노브랜드를 찾은 지역 주민들. 사진=이마트
27일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 2층에 입점한 이마트 노브랜드를 찾은 지역 주민들. 사진=이마트
청년 상인 김수연(39)씨는 지난해부터 선산시장에서 천연 비누를 팔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상생 차원에서 충남 당진어시장에 노브랜드가 들어온 사례를 듣고 “이것을 이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람들을 시장에 오게 해야 물건을 팔 기회라도 생기기 때문이다. 박성배 상인회장도 김씨의 생각에 적극 동의했다. 박 회장은 “청년들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는 것을 봤다”며 “시장도 살고 청년들도 자리를 잡으려면 뭔가 큰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박 회장은 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과 상생을 선택했다. 1층에서 장사하는 106개 점포 상인들도 동의했다.

이마트도 적극 호응했다. 상인들의 입장을 배려했다. 노브랜드와 청년몰이 들어오고 남는 2층 공간엔 어린이 놀이터와 고객쉼터시설을 만들었다. 사람을 모으고 오래 머물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상생의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청년몰을 거쳐야만 노브랜드 매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노브랜드를 찾으려면 청년상인 점포 16개를 모두 지나쳐야만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만 들렀다가 그냥 가는 손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파는 품목도 상인들과 조정했다.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안 팔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취급한다. 사은품 행사도 청년몰·선산시장·노브랜드 구매금액을 모두 합산해 증정하는 등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지난해 당진전통시장에 첫선을 보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청년상인과 협의를 통해 더 나아진 형태의 상생 모델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상생 모델이 전통시장과 청년몰 활성화에 도움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노브랜드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전통시장과 청년몰 물건까지 살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김수연씨는 “노브랜드의 입점과 지원은 우리에게 기회”라며 “시장 상인들도 변화해야 한다. 장사를 어떻게 제대로 할지는 상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구미(경북)/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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