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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한미FTA 쟁점별 개정협상 시나리오 6가지

등록 2017-08-01 17:08수정 2017-08-01 17:59

국회 입법조사처, 헌법과 통상조약법 대상 여부 정리
“본질적 내용이나 국민경제 영향 끼치는 개정은 국회 비준”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진행될 경우, 정부는 개정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1일 낸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관련 절차적 쟁점과 시나리오별 적용 검토’ 자료에서, 개정 협상 결과를 6가지 형태로 예측하고 각 시나리오별 헌법 60조 1항과 통상조약법 대상 여부를 정리했다. 입법조사처는 개정 협상 결과 특정 산업이 추가 개방되거나 시장 접근이 억제되는 ‘후속 약정’ 또는 ‘이행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국회 동의와 통상조약법이 정한 국내 절차(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대통령 재가→국회 비준 동의)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적 내용이 바뀌는 수준의 개정이 아니더라도 국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헌법 60조 1항은 국회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체결·비준 동의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개정 협상 시나리오 6가지 가운데 개정 협상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시나리오1)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 중 세부적 사항만 바뀌는 경우(시나리오4), 장기간 합의가 지연되는 경우(시나리오 5), 양측의 벼랑 끝 전술이 이어진 결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정지 또는 종료되는 경우(시나리오6)에는 국회 동의와 통상조약법이 정한 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개정 협상이 시작된 후 미국이 기존 협정에 따른 한국의 법률 시장 개방,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투명성, 의약품 가격 산정 이행이 미흡하다고 주장할 경우가 시나리오 4에 해당한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약속한 개방 수준 또는 권리·의무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바라는 이행 내용만 명확하게 규정하는 세부 수정 협상을 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상 조약이 아닌 고시류 조약으로 볼 수 있어 국회 동의와 통상조약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1일 낸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관련 절차적 쟁점과 시나리오별 적용 검토' 자료에서 발췌.
국회 입법조사처가 1일 낸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관련 절차적 쟁점과 시나리오별 적용 검토' 자료에서 발췌.

그러나 개정 협상 결과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본질적 내용이 개정되거나 국민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수준의 개정이 이루어진다면(시나리오3) 상황이 달라진다. 현재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보호주의’ 성향을 미루어 볼 때, 미국이 자동차와 철강 분야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협상 의제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우리 정부가 이해관계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한국에 불리했던 점도 시정하자고 요구한다면 협상은 ‘본질적 개정’ 수준으로 나아가게 된다. 우리 정부가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은 미국 비관세장벽 제거·미국 서비스 시장 진출·투자 챕터 개선·정부 정책 자율성 확보 등이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 경우 국회 동의와 통상조약법 적용 대상이 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에 관한 합의 문서는 개정 의정서로 다루어질 것이고 이는 자유무역협정 신규 체결에 준한다고 보아 통상조약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정 산업을 추가 개방하거나 특정 시장의 접근을 억제하는 수준의 합의만 이루어진다면(시나리오2) 국회 동의와 통상조약법 적용 대상 여부가 국내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추상적 규정을 담은 기본조약(framework convention)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미국 쪽의 구체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후속 약정’이 체결될 수도 있다. 입법조사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모조약으로 하는 별도의 이행 합의는 엄밀한 의미에서 통상조약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 경제에 끼치는 중요한 영향이 있으면 국회 동의를 받고 통상조약법이 준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5년 쌀 관세화 유예 조처가 대표적 예다. 당시 관세화 유예 조처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 부속서 5와 1995년 이행계획서 4항 이행을 위한 ‘기술적 후속 합의’ 성격이 강했음에도 국회 동의를 거쳤다. 2015년 세계무역기구에 쌀 관세화 수정이행계획서를 통보할 때도 통상조약법이 정한 절차를 밟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은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예정이다. 지난달 12일 미국 무역대표부가 8월 중 미국 워싱턴에서 개정 협의를 위한 공동위원회 특별 회기를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4일 “자유무역협정 발효 뒤 효과에 대해 공동조사에 나서자”, “워싱턴이 아닌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하며 ‘힘 겨루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부활한 통상교섭본부장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전도사’란 별명이 붙은 김현종(58)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하며 준비 중이다. 개정 협상이 본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뿐 아니라 국회 차원의 체계적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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