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현대아산복지재단 이사장은 23일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주식 17만9267주(0.32%)를 전량 매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와 이달 초 주식 교환을 한 후 남은 주식을 전부 판 것으로, 현대중공업 그룹 지주사 전환 작업의 하나로 해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정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잔여주식을 시간 외 매매로 모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평균 처분단가는 14만1075원이며 매각금액은 총 252억9000만원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로 탄생한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는 지난 20일 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건설기계와 주식을 교환했다. 현대중공업 등 4개사에 각각 10.2%씩 지분을 보유했던 정 이사장은 당시 나머지 3개사의 주식(1조2114억원)을 현물 출자해 현대로보틱스 신주 297만9567주를 배정받았다. 정 이사장이 그때 출자한 현대중공업 주식은 557만5083주다.
이 주식 교환으로 현대로보틱스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확보'라는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했다. 정 이사장은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을 이전 10.2%에서 25.8%로 높여 그룹 최대주주로서의 지배력을 한층 더 키웠다.
정 이사장의 이번 주식 전량 처분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온 지배구조 개편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 이사장→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기타 손자·증손회자'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남은 것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해소다.
정 이사장의 이번 주식 처분은 대주주가 자사주를 이용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가 강화할 것을 내다보고 내린 판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에선 정 이사장이 이번에 마련한 자금으로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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