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주중대사에서 돌아와
법무법인 ‘바른’ 복귀 직후
법인 통해 법률자문 계약 맺어
드러나지 않은 채 자문료 받아
‘바른’ 강훈 변호사, 삼성에도 문자
“내년 총선비용 부족한 모양이다”
비슷한 요구했다 거절돼 흐지부지
권영세 “문자 보낸줄 몰랐다” 해명
현대차 “계열사에서 자율적 계약”
법무법인 ‘바른’ 복귀 직후
법인 통해 법률자문 계약 맺어
드러나지 않은 채 자문료 받아
‘바른’ 강훈 변호사, 삼성에도 문자
“내년 총선비용 부족한 모양이다”
비슷한 요구했다 거절돼 흐지부지
권영세 “문자 보낸줄 몰랐다” 해명
현대차 “계열사에서 자율적 계약”
권영세 전 의원(자유한국당)이 속한 법무법인 바른이 권 전 의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유로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에 자문계약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쪽은 바른을 통한 자문계약과 계열사 고문 위촉 등 명목으로 3억원 이상의 돈을 지급했고, 삼성 쪽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한겨레>가 확보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바른의 강훈 변호사는 2015년 5월 장 전 사장에게 “권영세 중국대사가 퇴임하고 일단 저희 법인에 복귀했다. 내년 총선에 나가야 하니 1년 정도 있게 될 거고 그사이 선거를 위한 활동을 할 계획인 모양인데 돈이 좀 부족한 모양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H차 그룹(현대차그룹을 지칭)에서 우리와 새 고문 계약을 체결해 그쪽에서는 우리 법인에 고문료를 주고 우리는 비슷한 금액을 월 급여로 주는 식으로 의논이 돼 이번달부터 급여를 주고 있다. 아마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취업시키는 것보다 부담이 덜해 그런 형식을 취한 것 아닐까 추측된다”고 전했다. 끝으로 “삼성그룹 쪽에서는 권 대사가 필요한 일이 없을지 고민 좀 해봐 달라”고 요청했다.
친박 중진의원 출신의 권 전 의원은 2015년 3월 말 주중대사를 마치고 국내에 돌아와 바른으로 복귀했다. 강 변호사는 1998년 설립된 바른의 공동창업자로, 권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강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09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권 전 의원이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 전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 내용을 토대로 보면, 권 전 의원이 이듬해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앞두고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강 변호사를 통해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권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권 전 의원을 두가지 방식으로 지원했다. 하나는 고문 위촉이다. 권 전 의원은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위아에 고문으로 위촉돼 2015년 6월∼2016년 2월 매달 990만원씩 총 8900여만원을 받았다. 이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에서 승인을 받았다.
또 다른 방식은 강 변호사가 문자에 쓴 대로 바른과 현대차 계열사 간 자문계약을 통한 것이었다. 현대모비스 등 복수의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바른과 계약을 맺어, 2년 가까이 월 1천만원씩 약 2억4천만원을 지급했다. 그 돈 가운데 상당액은 권 전 의원에게 흘러갔다. 현대모비스 쪽은 “2015년부터 1년간 법률자문 계약을 맺고 총 4천만원을 냈다”고 밝혔다. 권 전 의원과 현대차 사이에 법무법인을 끼워넣는 삼각구도로 돈이 지급됐다. 이 경우 계약의 주체가 현대차와 법무법인이어서 권 전 의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권 전 의원은 “주중대사를 마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현대차가 중국 사업에 도움을 필요로 해, 2015년 4월 현대차 고위 관계자와 논의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고문 및 법률 자문을 하게 됐다. 고문만 맡을 경우 나만 이득을 보고 법무법인에는 아무 이득도 돌아가지 않아, 현대차와 바른이 계약 주체가 된 법률자문 계약을 따로 맺게 했다”고 말했다. 또 “자문계약에 따른 금액 가운데 30∼50%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 쪽은 “자문계약과 관련해 그룹 차원에서 지침을 준 적이 없다.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것이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강 변호사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권 전 의원과 상의하지 않은 채 평소 잘 아는 장충기 사장에게 일을 달라고 연락했다. 장 사장이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아 흐지부지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은 “강 변호사가 그런 문자를 보낸 줄 몰랐다”며 “강 변호사가 로펌 판촉활동의 일환으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과 별개로 삼성 쪽과 법률자문 등을 얘기한 적은 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며 “현대위아 고문을 하면서 기사가 났다. 그래서 삼성 쪽에서는 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일부는 바른과 법률자문 계약을 맺고 있다.
이를 두고 재벌과 율사 자격을 가진 정치인의 부적절한 결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업 고문을 맡으면 겉으로 드러나지만 법무법인을 통한 법률자문 계약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재벌은 돈을 건네는 대가로 정책적 도움을 받는 등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두 갈래로 소득을 올린 것이, 향후 정부 고위직 입각 등을 고려해 관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권 전 의원이 정치자금을 목적으로 취업을 요구하고 실제 자문활동 등을 하지 않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6~18대 국회의원(서울 영등포을)을 지낸 권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13년부터 2년여간 주중대사로 일했다. 현재는 바른 소속 변호사와 건국대 석좌교수로 일한다. 그는 2015년 공직자재산신고 당시 11억49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고, 2016년 4월 총선 때 1억1600만원의 선거비용을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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