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개청 50년 산림청 김재현 청장
1967년 식목일, 개청 첫해 산림청은 한해 동안 18억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로 땔감용 연료림, 건축용 용재림 등 ‘경제림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숲 가꾸기를 산업 발전의 기반으로 본 셈이다. 이제 산업 분야에서 숲의 중요성이 시들해졌지만 그 사이에도 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 수령 50년을 넘겼다. “나무가 50년을 자랐으니, 어느 정도 자원으로서의 기반은 마련된 셈입니다. 이제는 숲을 단순한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 일터로, 삶터로 활용할 공간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산림청 개청 50돌을 맞아 김재현 산림청장은 사회적 경제와 산림의 결합이 강조된 새로운 산림 목표를 꺼내 들었다. ‘사람 중심 산림자원 순환경제’다. 그동안 보존하고 개발하는 수준에만 그쳤던 산림을 생활공간이나 일터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23일 대전 산림청사에서 만난 김 청장은 “사람 중심 산림자원 순환경제는 교수로 강단에 서면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오랫동안 품어왔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교수로 지내며 ‘생명의 숲’ ‘희망제작소’ 등 시민단체에서 일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서 사회적 경제 분야를 맡아 공약을 준비했다. 김 청장은 “정수, 공기정화, 생물보존, 휴양 등 138조원 정도로 추산하는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아직은 잠재돼 있는 상태”라며 “이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고용, 복지,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가 임기 동안 최대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조경학 교수로 시민단체 활동
‘열대우림 파괴’ 현지관찰로 박사학위
‘문재인 캠프’서 사회적 경제 맡아 ‘산림 일자리 발전소’ 지역에 열어
‘사회적 경제와 산림’ 결합 시킬 계획
“이젠 생활공간·일터로 숲 활용을” 지난 7월 산림청장 취임 뒤 가장 먼저 구체화한 정책은 ‘산림 일자리 종합대책’이다. 그동안 정부 차원의 산림 일자리는 90% 이상 공공근로 등 한시적인 직접 일자리에 편중돼 왔다. 이 비중을 50%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지속적인 전문일자리를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김 청장은 “취업 소외계층에게 당장 소득보전용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 지속가능한 노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숲 전체를 살펴보며 베야 할 나무를 가려내는 선목능력, 조림이 필요한 수목을 짚어내는 임목능력 등 종합적인 분석능력이 갖춰지면 한 철 나무를 베거나 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숲을 관리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 정책에 사회적 가치를 덧붙이기 위한 다양한 구상도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대량 퇴직 사태가 벌어질 때 해고된 노동력을 그 지역의 산림 일자리가 흡수한다면, 고용 안전망이 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정주로 인해 산촌이 활성화되는 등 경제적 비용·편익 차원에서만 산림 일자리를 바라봤던 이전에 비해 사회적으로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사회적 경제와 산림을 결합하는 작업은 지역 단위 중간지원조직으로 신설될 ‘산림 일자리 발전소’가 맡게 된다. 산림과 지역공동체의 관계는 김 청장이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1990년대 초반 그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등의 열대우림 지역에 들어가 살며, 관습법상 지역공동체 소유였던 숲이 외국 자본에 의해 파괴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겪는 삶의 변화를 포착해 박사학위 논문을 냈다. “공동체 기반이 튼튼할수록 약탈적인 자원개발은 줄어든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었어요.” 산림청은 중장기적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산림의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세대별, 계층별, 지역별 수요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좀 더 정밀한 사회과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시민들이 산림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화해야 장기적인 산림정책의 바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덧붙였다. “일방적인 퍼내기식 개발이 아닌 사람과 산림의 접점을 찾아가야 하는 만큼, 아직은 연구가 덜 돼 있는 산림의 적절한 활용 범위에 대해서도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볼 생각입니다.” 대전/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산림청 제공
김재현 산림청장.
‘열대우림 파괴’ 현지관찰로 박사학위
‘문재인 캠프’서 사회적 경제 맡아 ‘산림 일자리 발전소’ 지역에 열어
‘사회적 경제와 산림’ 결합 시킬 계획
“이젠 생활공간·일터로 숲 활용을” 지난 7월 산림청장 취임 뒤 가장 먼저 구체화한 정책은 ‘산림 일자리 종합대책’이다. 그동안 정부 차원의 산림 일자리는 90% 이상 공공근로 등 한시적인 직접 일자리에 편중돼 왔다. 이 비중을 50% 수준으로 낮추고 대신 지속적인 전문일자리를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김 청장은 “취업 소외계층에게 당장 소득보전용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 지속가능한 노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숲 전체를 살펴보며 베야 할 나무를 가려내는 선목능력, 조림이 필요한 수목을 짚어내는 임목능력 등 종합적인 분석능력이 갖춰지면 한 철 나무를 베거나 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숲을 관리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 정책에 사회적 가치를 덧붙이기 위한 다양한 구상도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대량 퇴직 사태가 벌어질 때 해고된 노동력을 그 지역의 산림 일자리가 흡수한다면, 고용 안전망이 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정주로 인해 산촌이 활성화되는 등 경제적 비용·편익 차원에서만 산림 일자리를 바라봤던 이전에 비해 사회적으로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사회적 경제와 산림을 결합하는 작업은 지역 단위 중간지원조직으로 신설될 ‘산림 일자리 발전소’가 맡게 된다. 산림과 지역공동체의 관계는 김 청장이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온 주제다. 1990년대 초반 그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등의 열대우림 지역에 들어가 살며, 관습법상 지역공동체 소유였던 숲이 외국 자본에 의해 파괴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겪는 삶의 변화를 포착해 박사학위 논문을 냈다. “공동체 기반이 튼튼할수록 약탈적인 자원개발은 줄어든다는 게 논문의 결론이었어요.” 산림청은 중장기적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산림의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세대별, 계층별, 지역별 수요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좀 더 정밀한 사회과학적인 접근을 통해서 시민들이 산림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구체화해야 장기적인 산림정책의 바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덧붙였다. “일방적인 퍼내기식 개발이 아닌 사람과 산림의 접점을 찾아가야 하는 만큼, 아직은 연구가 덜 돼 있는 산림의 적절한 활용 범위에 대해서도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볼 생각입니다.” 대전/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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