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상생경영을 위해 매장에 딸린 직원용 구내식당의 운영을 중소 단체급식업체에 넘겼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를 주도해 근로자 노동시간 단축 결정과 함께 ‘정용진표’ 상생경영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7일 신세계그룹과 중소 단체급식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12월 중순 서울 상봉·창동·묵동점 등 3개 매장에 있는 직원용 구내식당의 운영업체를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에서 중소업체인 엘에스씨로 바꾸었다. 이마트는 4개 중소기업으로부터 사업제안서을 받은 뒤 엘에스씨를 선정했고, 엘에스씨는 내년 1월부터 식당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3개 직원식당의 일 평균 이용자는 500여명이고, 연간 매출은 7~8억원 수준이다.
이마트가 계열사인 신세계푸드가 맡고 있는 기존 직원식당의 운영을 중소기업에 넘긴 것은 처음이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의 2개 신규 매장의 직원식당에 대해 운영업체 선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신세계푸드와 수의계약하는 대신 경쟁입찰을 실시했는데, 재벌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리조트가 사업을 따냈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엘에스씨의 정기옥 회장을 직접 만나 격려하면서, “단체급식사업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시행 결과를 지켜보면서 더 많은 직원식당을 중소기업에 개방할 계획이다”며 상생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는 2만7천여명의 직원이 전국 160여개 매장에서 일하고 있어, 향후 직원식당을 모두 중소기업에 개방하면 400억원대 시장이 중소기업에 새롭게 열리게 된다. 엘에스씨는 “이마트가 식당에 새로 투자할 필요 없이 기존 설비를 그대로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엘에스씨도 직원식당의 식자재를 신세계로부터 공급받기로 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단체급식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6개 재벌그룹 중에서 중소기업에 사업 일부를 넘긴 것은 신세계가 처음이다. 단체급식시장은 5조원대에 달하는데 삼성(웰스토리), 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 아워홈, 신세계(신세계푸드), 한화(한화호텔앤리조트), 씨제이(씨제이프레시웨이) 등 6개 재벌 계열사가 70%(3조5천억원)를 차지하고, 4500여개 중소기업이 20%(1조원)를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 중이다. 1인당 급식단가가 4천원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적합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재벌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나 친족그룹의 식당 운영을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어, 부당지원과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급식위생과 안전, 식사 품질 등의 이유를 내세워 계열 급식업체나 다른 재벌 급식업체와의 계약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해왔으나, 이마트의 중소기업 개방으로 설득력이 약해졌다. 엘에스씨의 정기옥 회장은 “많은 중소 급식업체들이 (이마트의 결정으로) 희망을 보게 됐다”면서 “다른 대기업으로도 상생경영이 확산되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트는 최근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내년부터 하루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기로 결정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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