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 소속 여성 승무원 4명이 두달새 건강상의 이유로 쓰러졌다.
5일 에어부산과 승무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12월25일 마카오 비행을 떠난 승무원 ㄱ씨는 비행 후 마카오 시내 한 호텔에서 쓰러졌다. ㄱ씨는 감기약 과다복용으로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다음날인 26일 밤에는 대구발 비행 근무를 위해 출근한 승무원 ㄴ씨가 출발 직전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갔다. 이날 일본 삿포로에 비행을 다녀온 승무원이 대체 인원으로 투입돼 야간 퀵턴(현지 도착 후 곧바로 되돌아오는 비행 스케줄)에 곧장 투입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승무원은 “대체 인력이 부족한 걸 뻔히 아니까, (ㄴ씨가) 아파도 말을 못한 건 아닐까 싶다. 결론은 오래된 인력 부족 문제”라고 말했다. 3일 뒤인 12월29일, 승무원 ㄷ씨는 김해공항에서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쓰러졌다. 같은 날, 괌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무원 ㄹ씨는 급체로 비행 스케줄을 중단했다.
에어부산 승무원들은 비행 노선이 늘어난 데 비해 인원 충원이 없고, 격무에 시달린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승무원은 “비행 노선도 다양해지고, 이용객들이 많아졌는데 최소 인원(승무원 4명)으로 비행을 간다. 당연히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쪽은 잇따른 사고가 비행 스케줄로 인한 과로와는 연관이 없다고 반박한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최근 출산·육아 휴가자나 퇴사자가 몰리면서 인력이 부족해졌다”며 “승무원들이 쓰러진 사고와 관련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승무원 스케줄 조정을 비롯해 50~60명 규모의 대규모 신규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항공운송사업자가 객실승무원에게 월 12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규칙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128조 객실승무원의 집무시간 기준) 등을 살펴보면, 객실승무원의 하루 최대 비행근무시간은 14시간, 이후 다음 비행까지 8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명시돼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국내 6개 저비용항공사는 국토부의 비행시간 기준을 대부분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항공사들은 국내선과 국제선 비행을 연달아 배정하는 등의 격무를 승무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부산의 한 승무원은 “하루 동안 국제선 비행으로 김포~일본 나리타 왕복 비행을 다녀오고, 국내로 돌아오면 제주 비행을 한 번 더 갔다 오는 스케줄을 소화할 때가 종종 있다.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비용항공사 소속 승무원은 “항공법이 정한 14시간 동안 가까운 국제선과 국내선 비행을 모두 다녀올 수 있는 스케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회사 쪽에서 인력을 쥐어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저비용항공사들의 무리한 비행 스케줄 운영이 승무원들의 피로감을 높여 자칫 안전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항공경영학)는 “승무원 인력 부족은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기내 보안이나 승객 안전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이 몇 년 사이 높은 실적을 거둔 만큼 인력 충원과 노동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일부 항공사들의 과중한 비행 운영을 제한할 방법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승무원들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부분 외에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승무원들의 피로 관리까지 관리 감독하려면, 시차나 야간 비행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관련 법으로는 (피로 관리 감독 여부까지)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면서 “항공사 내부적으로 노사 간 협상 등을 통해서 적절히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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