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재계 5위인 롯데는 창립 51년 만에 초유의 총수 공백 상황을 맞게 됐다.
롯데그룹은 총수의 법정구속이라는 선고 결과를 받아들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그룹은 13일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참담하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주회사로의 전환, 호텔롯데 상장, 경영권 문제 등이 얽혀 있어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공백으로 당장 불투명해진 것은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롯데그룹은 관광·화학 계열사를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하는데, 신 회장의 구속으로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규정에 회사의 경영투명성을 주요 심사 요건으로 두고 있어, 신 회장이 뇌물 공여로 실형을 받은 상황에서는 심사 통과 여부를 자신할 수 없다.
한국·일본에 걸친 롯데그룹의 경영권 판도도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 등 총수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그룹 경영권의 핵심인 롯데홀딩스 지분을 20% 이상 가진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일본 롯데 계열사 2곳(20.1%) 등이다.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지분은 1.4%에 그치고, 종업원지주회·임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얻어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들이 신 회장의 유죄 판결을 이유로 지지를 철회한다면 경영권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또, 일본 회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이사 결격 사유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이 한국에서 열린데다, 형이 확정되지 않아 이 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워 경영권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영업권)의 앞날도 알 수 없게 됐다. 신 회장의 뇌물 공여죄가 확정되면 월드타워점 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은 “뇌물 혐의가 법정에서 확정 판결되면, 관세법 위반 여부를 살펴본 뒤 특허 취소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관세법 178조 2항은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와 결격사유 및 명의대여가 확인되면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삼성 쪽 일부 경영진은 이날 최순실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심 재판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결과를 지켜봤다. 삼성의 3세 승계를 위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 등에 대해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고 안도했지만, 최씨에게 건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액수를 73억원으로 산정한 데 대해서는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이를 절반 수준인 36억원으로 판단한 바 있다. 또 신동빈 회장에 실형이 선고되고 이 부회장 2심 재판부가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 최씨 재판에서 증거로 인정된 부분 등에 대해서도 우려의 반응을 내놨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번 재판이 이 부회장은 물론 국내 기업 총수들의 전반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정연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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