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뇌물공여로 법정구속되자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 회장과 그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은 2015년 시작되어, 지난해 신 회장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신 회장이 징역형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한·일 롯데 경영권의 향배를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14일 일본 광윤사 대표이사이기도 한 신 전 부회장은 입장자료에서 “한·일 롯데그룹의 대표자 지위에 있는 사람이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일이며 극도로 우려된다”며 “신동빈씨의 즉시 사임·해임은 물론 근본적인 쇄신이 불가결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 등 총수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의 핵심인 롯데홀딩스 지분을 28.1% 보유한 주요 주주다.
그러나 롯데그룹 쪽은 신 전 부회장의 복귀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른 주주들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한 지분 이동 등의 움직임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 경영체제를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흔들릴 일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일본에서 통용되는 관례다. 일본에서는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롯데홀딩스 이사진이 이런 관례를 따를 경우 신 회장의 해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롯데홀딩스의 사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 신 회장의 측근이 포진해, 신 회장의 경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임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상경영위에는 황 부회장과 민형기 컴플라이언스위원장, 4개 사업군(BU) 부회장 등이 참여한다. 롯데는 “비상경영위원회는 그룹의 주요 현안 등 경영활동을 차질 없이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부회장 등 경영진은 이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신 회장을 면회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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