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일(현지시각)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시행을 하루 앞두고 한국을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일시 유예했다. 하지만 쿼터(수입할당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철강 협상은 물론 이와 맞물려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개정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철강 관세 면제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S) 개선 등을, 미국 쪽은 미국산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 완화와 원산지 검증 절차 개선, 약품 특허 등 지식재산권 규제 개선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철강 관세유예 대상국에 대한 쿼터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예 대상국들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며 미국무역대표가 상무부 장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협의해 대통령에게 적절한 쿼터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통상당국도 쿼터를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우리 협상팀은 관세 유예에서 쿼터를 더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1월 미국의 ‘무역적자’ 주장으로 시작된 한-미 에프티에이 개정 협상은 미국의 세이프가드, 철강 쿼터 등 수입 규제를 방어하기 위한 협상장이 돼버렸다. 양국은 지난 15~16일 3차 개정 협상을 벌였으며 우리 쪽은 철강 관세 면제 요구와 함께 투자자-국가 소송제 개선과 미국의 수입 규제 남용 방지 등을 요구했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가 지난달 28일 의회에 제출한 ‘2018 무역정책 어젠다, 2017 연례 보고서’를 보면, 미국 쪽 관심사는 자동차 안전·환경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는다. 무역대표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너무도 자주 경쟁 정책, 통관, 제약·의료기기 분야에서 지속해서 (자유무역협정) 핵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추가 개방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완화나 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노력을 물밑에서 해왔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일주일 예상하고 방미했다가 4주째 머물 정도로 치열하고 지독하게 협상하고 있다”며 “김 본부장이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최하얀 홍대선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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