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연구진의 이차전지 실험연구 모습. LG화학 제공
엘지(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세계 1위 코발트 정련업체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전기차·스마트폰용 배터리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코발트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코발트의 안정적 수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엘지화학은 11일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합작 생산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국 저장성에 본사를 둔 화유코발트는 2017년에만 정련 코발트 2만t을 생산한 세계 1위 코발트 업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엘지화학은 2020년까지 총 2394억원을 출자해 화유코발트와 전구체 및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을 각각 설립하고 운영에도 참여한다. 전구체란 배터리의 양극재 제조를 위한 상위 공정으로 코발트·니켈·망간 등을 결합해 제조한다. 양극재는 이 전구체와 리튬을 결합해 만드는 배터리의 소재다. 양극재 주요 원재료 중 하나인 코발트는 2016년말부터 공급 부족 전망으로 가격이 급증했다. 런던 메탈불틴(London Metal Bulletin)에 따르면 코발트 가격은 2016년말 1 ㎏당 32.7달러에서 지난 3월말 기준 95.6달러까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구체 합작 생산법인은 저장성 취저우시에 설립되며, 엘지화학은 833억원을 출자해 지분 49%를 확보할 예정이다.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은 장쑤성 우시시에 설립되며 엘지화학은 1561억원을 출자해 51%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계약으로 엘지화학은 화유코발트로부터 코발트 등 원재료의 공급을 보장받고, 합작법인이 생산한 전구체와 양극재 제품도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엘지화학은 “이번 합작투자로 ‘화유코발트(코발트 등 원재료)→합작 생산법인(전구체·양극재)→엘지화학(배터리)’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엘지화학은 이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구체·양극재를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소형·전기차·ESS용 배터리 생산)과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합작 전구체·양극재 공장은 각각 연간 4만t 규모로 건설돼 2020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4만t은 고성능 전기차(1회 충전으로 320㎞ 이상 주행) 기준으로 약 4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엘지화학은 앞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공장 생산능력을 10만t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엘지화학은 “2017년말 기준으로 회사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가 42조원이며, 2020년 전기차 배터리로만 7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공업신식화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18년 3차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에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이 또 제외됐다. 목록에는 94개 기업이 만든 304개 모델이 새로 포함됐지만 국내 업체 배터리 장착 모델은 한 곳도 없었다. 한-중 양국 사이에 사드 경제보복 해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전기차 보조금 목록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이 이번에 또 제외된 것이다. 다만 이번 보조금 신청 때 한국산을 장착한 중국 전기차 업체가 탈락을 우려해 아예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중국산 배터리로 이미 교체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초부터 장착 배터리 모델을 한국산에서 다른 모델을 쓰는 방식으로 이미 대체했기 때문에 한국산 배터리를 다시 장착하는 쪽으로 바꾸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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