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로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진에어가 몸에 꽉 끼는 청바지를 유니폼으로 정해 승무원들 사이에서 원성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항공사가 승무원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외모 규정 개선책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항공업계 쪽 설명을 들어보면,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은 오는 8일부터 객실 승무원들의 머리 스타일 규정을 없앤다. 이에 따라 승무원 모두 염색과 펌은 물론, 반드시 머리를 묶거나 단발머리를 유지할 필요도 없게 됐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시행되는 티웨이항공의 이번 조치는 승무원들이 머리 스타일 등 겉모습에 치중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승객 안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임직원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게 티웨이항공 쪽 설명이다.
티웨이항공은 승무원들이 착용하는 유니폼의 종류도 다양화했다. 기본적인 재킷과 치마 정장 스타일은 물론, 원피스와 활동이 편리한 바지도 마련했다. 또 재킷과 셔츠, 치마의 색깔도 두 가지라 각자의 개성에 맞춰 총 6가지 스타일의 다양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심창섭 티웨이항공 객실본부장은 “승무원 개인의 개성도 살리고, 더욱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고객 서비스를 진행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겠다”고 밝혔다.
국내 항공사들은 그동안 여성 승무원의 머리 스타일을 엄격히 제한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정함이 요구되는 서비스 직종의 특성상 머리 스타일 규정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한겨레>가 이날 복수의 국적 항공사 헤어스타일 규정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여성 승무원들은 머리 길이가 어깨를 넘어갈 경우 전형적인 헤어스타일인 ‘쪽머리’를 해야 한다. 단발머리나 짧은 쇼트커트는 허용되지만, 염색이나 펌·탈색 등은 불가능하다.
앞서 지난 2002년 아시아나항공 노사가 ‘캐빈(객실)승무원 두발 형태 자율화'에 합의한 바 있지만, 앞머리를 내릴 경우 이마가 1/3이상 드러나도록 하고, 염색은 자연스런 갈색 톤을 유지해야 했다. 또 모자 착용 의무화로 승무원들은 ‘쪽머리'를 유지해야 했다. 반쪽짜리 ‘두발 자유화'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이후 모자 착용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승무원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아시아나항공은 4월1일부터 캐빈 승무원의 모자 착용 규정과 두발 규정을 완화했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공항 이동 시 모자를 반드시 착용해야 했는데, 변경 후부터는 모자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다른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국적 항공사 중 처음으로 객실 승무원들에게 안경을 착용을 허용했다.
제주항공은 4월24일 내부 규정을 변경해 ‘안경착용 허용’, ’파손에 대비한 여분의 안경 혹은 콘택트렌즈 소지’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이들은 또 단색 매니큐어만을 사용하도록 했던 손톱 관리 규정도 손봤다. 승객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스쳤을 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과한 큐빅이나 스톤 아트를 제외한 모든 색의 네일아트를 허용했다. 이런 규정 변경은 감정 노동의 대표적인 직군인 객실 승무원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항공업계 쪽 설명을 들어보면, 그동안 객실 승무원의 안경착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었다. 하지만 암묵적인 관행이나 전통이라는 이유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성 승무원들에게 안경착용을 금지해 단정함이나 아름다움의 기준을 획일화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지 규정은 없지만, 비상시 신속하게 탈출을 도와야 하는 데 안경을 쓰고 벗는 시간 차이가 있어서 안전을 위해 콘택트렌즈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승무원의 안경착용이 비상탈출 시 안전에 절대적으로 위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야간 비행이나 눈이 충혈된 상태에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비행에 나서는 객실 승무원이 의외로 많다. 승무원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나 비상 상황을 위해서 콘택트렌즈와 여분의 안경을 준비하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면서 “고통을 참아가며 하는 서비스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상태에서 하는 객실 서비스가 승객에게 보다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 계열사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 승무원들 사이에선 청바지 유니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진에어는 직원들의 불만들이 제기되자, 개선을 약속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일 익명의 진에어 직원이 개설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진에어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는 진에어 승무원 유니폼인 청바지에 관한 토로가 이어졌다. 진에어 승무원들은 몸에 꽉 달라붙은 스키니 청바지가 방광염, 질염 등을 유발하고 있는데도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청바지 유니폼’을 강제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 1월 설립된 진에어는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객실 승무원 유니폼을 청바지로 정했다. 진에어는 오는 7월 취항 1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유니폼 교체 등을 고민해왔다.
내부 직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진에어 유니폼 태스크포스팀은 3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4일 9시부터 객실 승무원 신규 유니폼에 대한 개인별 사이즈 피팅을 일시 중시한다”고 공지했다. 이어 “유니폼과 관련해 (직원) 여러분이 느끼는 어려운 점에 대하여 더 고민하고 개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갖고자 한다. 관련 부서와 개선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