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 앞에 표시된 유가정보. 연합뉴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제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산유국들이 1년 반 가량 지속해온 감산 정책을 조만간 완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장 전망에 따라서다.
6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SE)에서 전날 대비 4.0%(2.83달러) 하락한 배럴당 67.88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8일 이후 처음으로 7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7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같은 날 전일에 견줘 3.9% 내려간 배럴당 76.4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24일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과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 감산 완화 조처에 대해 논의했다. 노박 장관은 26일 러시아방송 <아르비시(RBC)>와 인터뷰에서 “다음 달 장관회의에서 생산량을 부분적으로 늘려 감산 합의를 조정하는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박 장관은 또 올해 평균 유가를 65∼75달러로 내다봤다. 산유량이 산유국들의 감산 협의 시점인 2016년 10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산유국들은 6월22∼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장관회의를 연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에 따른 이란산 원유 수출입 금지 등 대이란 경제제재 복원은 올해 말부터 본격화되므로 이란발 원유공급 쇼크는 연말에 가서야 가시화되는 반면 산유국의 원유 감산 완화 조처는 내년 초부터 실행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 국제유가는 조정을 받으면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산 원유 수출제재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움직임에 따라 원유 공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산유국들로서는 감산 합의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사우디가 감산 완화를 언급한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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