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과 노조활동 인정을 약속한 뒤에도 노조와의 교섭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기존 유령노조를 계속 유지하는 등 기존 무노조 경영 때와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삼성(물산)지회, 삼성웰스토리 노조, 삼성에스원 노조 등 4개 삼성 계열사 민주노조들은 “삼성이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오는 7월 연대 파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31일 삼성 4개 계열사 민주노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들의 위장폐업 과정에서 해고된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 전 지회장과 신장섭 전 사무국장의 복직 요구에 삼성은 응하지 않고 있다. 위 전 지회장은 “지속적으로 부당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했으나 답이 없었고, 노사 합의 이후에도 달라진 게 전혀 없어, 법원과 검찰에 각각 부당해고 취소 소송과 부당노동행위 고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고발인 조사 과정에서 삼성의 노조파괴 문건 중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에 위장폐업과 노조 주동자 해고를 지시한 증거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즉각적인 복직을 요구했다. 삼성 민주노조는 두 사람 외에도 삼성에서 노조 결성을 추진하다 해고된 삼성전자 박종태, 이천전기 김성환(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삼성중공업 이재용씨에 대한 복직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 회의실에서 민주노총.금속노조.민변 노동위원회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 부당노동행위 철저 수사와 삼성 무노조 경영 폐기를 촉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삼성 민주노조들은 또 삼성에버랜드의 어용노조 해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은 거부하고 있다. 어용노조는 2011년 삼성에버랜드 노동자 4명이 민주노조(현 삼성지회)를 설립하기 1주일 전에 급조됐다.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어용노조는 지난 7년간 사실상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고, 어용노조의 초대 위원장인 임아무개 차장은 삼성에버랜드 인사팀 출신으로 민주노조 설립을 방해했던 장본인”이라며 “삼성이 정말로 무노조 경영을 포기했다면 어용노조를 즉각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대화에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삼성웰스토리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노사협상을 제안했으나, 회사는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교섭을 위임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이후 19차례나 단체협상을 벌였으나 6개월째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임원위 노조위원장은 “노조와 직접대화를 거부하고, 노조의 기본적인 요구조차 거부하고 있다”면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에스원 노조(위원장 장봉열)는 지난 1월부터 회사와 직접 협상을 시작해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고 볼 수 있으나, 5개월 동안 13차례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접고용 전환에 합의한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도 회사와 다섯차례 만나 후속조처를 논의했으나 처우문제 등에 대한 견해가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 삼성이 2011년 삼성에버랜드 어용노조와는 설립 1주일만에 신속히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4개 민주노조는 공동으로 오는 7월14일 청와대 앞에서 삼성 무노조 경영 완전 폐기와 노조파괴 문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조장희 삼성지회 부지회장은 “삼성이 그 때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4개 노조 연대로 총파업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80년 역사상 노조가 총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의 조돈문 상임대표(가톨릭대 교수)는 “삼성이 진정으로 무노조 경영을 폐기할 생각이 있다면, 과거 노조파괴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과, 어용노조 해산, 성실한 노사 교섭, 노동탄압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부당해고자 복직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합의는 검찰의 노조파괴 문건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시간끌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지회와 삼성웰스토리 지회 노동자들이 속한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합의 뒤 노사관계 대응에서 큰 변화는 없다. 노조와 대화는 항상 열려 있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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