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64) 오리온그룹 회장이 본인 소유 오리온 주식 62만여주를 딸 경선(33)씨와 아들 서원(29)씨에게 증여했다. 업계에서는 담 회장이 승계 작업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오리온은 “담 회장이 시간외 매매로 60만3300주를, 증여로 61만9780주를 각각 처분했다”고 27일 밝혔다. 증여분 가운데 18만5934주는 경선씨, 43만3846주는 서원씨에게 돌아갔다. 이번 주식 처분으로 담 회장이 소유한 회사 주식 수는 142만750주에서 19만7670주로 줄어 3대 주주의 지위를 상실했다. 대신 아들 서원씨가 3대 주주로 등극했다. 오리온의 1대 주주는 오리온홀딩스고, 2대 주주는 담 회장의 부인이자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딸 이화경 부회장이다.
아직 학업중인 아들에게 핵심 계열사인 오리온의 주식을 증여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사실상 승계 작업을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계기가 있을 때 한꺼번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오리온그룹도 서서히 승계를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과업계 관계자는 “외형상으로 보면 100% 승계라고 보여진다. 자녀들이 젊지만, 나중에 주가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담 회장의 주식 증여를 두고 업계에선 “신세계그룹과 닮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4월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명희 회장의 남편)은 자신이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0만주를 딸인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에게 증여한 바 있다. 여전히 그룹 경영권은 이명희 회장이 쥐고 있지만, 남편 지분을 자녀에게 처분하는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오리온도 오리온홀딩스의 1대 주주인 이화경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변함이 없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주식 처분에 관해 “개인적인 매매라 공식적인 답변이 어렵다”며 “담 회장이 젊고, 서원씨도 아직 학업 중인 상황서 승계를 거론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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