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진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다섯번째 경영권 도전이 또다시 좌절됐다. 신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상태서도 뒤집기에 실패한 셈이어서,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반면, 신 회장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30일 롯데그룹은 “지난 4월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고, 신동빈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해임해 달라고 낸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고 밝혔다. 롯데는 또 “어려운 현 상황이 빨리 극복되어, 롯데의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며 “불안감을 조성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멈추기 바란다”고 신 전 부회장 쪽을 강력하게 성토했다.
앞선 4차례의 경영권 재도전 시도에서 실패한 신 전 부회장은 이번에도 또 패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주주총회는 신 회장의 구속 수감이란 부재 상황에 진행됐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불안감을 느낀 신 회장은 주총 참석을 이유로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사실상 이를 불허했다. 그동안 신 회장은 주총이 열릴 때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주주단에게 자신의 입장을 호소했지만, 이번 주총에선 못하게 된 상황이었다. 신 회장의 부재라는 기회를 신 전 부회장 쪽이 노렸던 셈인데,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롯데 쪽도 이를 대비해 총력전을 벌였다. 29일 황각규 부회장 등 비상경영위원회 대표단 4명을 일본에 급파해 일본롯데홀딩스 경영진과 접촉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대표단은 이날 열린 주총에서 신 회장의 옥중 서신을 주총장에서 직접 대독하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쪽도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 있는 상태다. 2심이 진행 중인 신 회장이 만약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신 전 부회장 쪽은 이를 기회삼아 다시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신 전 부회장 쪽은 이날 “롯데의 사회적 신용, 기업가치 및 관련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롯데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경영권 재도전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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