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아시아나 회장과 아시아나 여객기. 그래픽_한겨레
‘기내식 대란’ 중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자 선정 과정을 총괄해온 임아무개 부장이 상무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 신사업티에프팀장인 임 부장을 상무로 승진시키고 이튿날인 2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지했다. 초유의 기내식 대란이 빚어진 날, 원인 제공 책임자가 임원으로 승진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쪽은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정해진 승진 인사였다”고 설명했다.
임 상무는 2016년 아시아나항공의 신사업티에프팀장을 맡아 기내식 사업자 선정과 계약 체결 등을 해왔다. 그가 기내식 사업을 맡기 시작한 2016년은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기내식 사업 파트너인 엘에스지(LSG)셰프코리아에 계약 연장을 대가로 지주회사 금호홀딩스에 최대 2천여억원의 투자 요구를 하기 시작한 때다. 엘에스지는 직접 거래 대상자가 아닌 금호홀딩스에 대한 투자 요구는 부당한 ‘갑질’인 데다, 자칫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고 거절했다. 그러자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홀딩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 의사가 있는 중국 하이난항공그룹 산하 게이트고메스위스와 합작회사를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이난그룹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1600억원을 투자했다.
임 상무의 손을 거쳐 진행된 사업자 변경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말 게이트고메코리아(GGK)란 이름을 갖게 된 합작회사의 지분 40%를 취득하고 부사장을 포함한 등기이사 2명 몫을 얻었다. 다만, 게이트고메코리아 생산시설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업을 제때 시작할 수 없게 되자, 아시아나항공은 소규모업체 샤프도앤코로부터 3개월 간 임시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가 사달이 났다.
아시아나항공 안에서는 임 팀장이 머지 않아 게이트고메코리아의 부사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30년짜리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계약 사업권을 갖게 된 회사의 경영진으로 임 팀장이 내정돼 있었다는 얘기다. 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임 팀장이 부사장으로 옮겨가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며 “임 팀장뿐 아니라 합작사로 옮겨갈 사람들이 이미 다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옮겨 간다는 말이 많았는데 상무 승진이 이루어져 회사 안에서 그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며 “이유가 뭐든 이 난리통 속에 승진 인사가 이뤄져 내부에서도 놀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홍보 관계자는 “확인된 적 없는 뜬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차녀인 박세진씨를 경영 경험이 없는데도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시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박세진씨와 임 팀장에 대한 임원 인사는 한꺼번에 이뤄진 것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원 인사가 거의 예외 없이 연초에 이루어진 점에 견줘 상당히 이례적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