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폭염에 따른 냉방기 사용 증가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가 가정 또한 누진제와 ‘계시별’ 요금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능형 검침망’(AMI) 보급을 서두르기로 했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봄가을·여름·겨울)과 시간(최대부하·중간부하·경부하)에 따라 차등적으로 전기요금을 내는 구조다. 현재는 산업용과 일반용 등에만 적용되고 있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재난 수준의 폭염으로 전기요금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에 공감한다”며 “다만, 2년 전 누진제 개편이 실제 전력수급이나 국민 전기요금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히 파악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말했다. 2016년 누진제 구간을 6단계(누진율 최대 11.7배)를 3단계(누진율 3배)로 바꾸며 요금 부담을 완화했는데, 2년 만에 누진제를 다시 손보기에는 이르다는 설명이다.
박 국장은 “누진제보다 더 전향적인 제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표적으로 주택용에도 계시별 요금을 도입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전기사용량과 시간을) 선택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지능형 검침망(AMI·각 가정의 실시간 전력사용량을 알 수 있는 설비) 도입이 선행돼야 하는데, 서두르겠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능형 검침망은 2020년까지 도입을 완료하는 게 목표이며, 이미 2400만 가구 가운데 537만 가구에 설치됐다. 설치 뒤에는 해당 가정의 전력소비 패턴 정보 수집을 위해 최소 2년 간의 시범사업 기간이 필요하다. 산업부는 올 하반기부터 약 2천 가구를 대상으로 계시별 요금제 시범사업을 하고, 2021년에는 세종시 전역에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전력은 월 350㎾h의 전력을 사용하는 도시 거주 4인 가구가 스탠드형 에어컨(1.8㎾)을 30일간 매일 10시간 켤 경우 17만7천원의 전기요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2년 전 누진제 개편 전(39만8천원)보다 약 22만원 줄어든 요금이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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