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관세청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의 대북 제재조처로 수입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과 선철(철광석을 녹여 만든 철)이 러시아산으로 위장된 채 수입돼 국내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10개월 동안 1차 수사를 담당해온 관세청은 해당 업체 3곳과 수입업자 3명에 대해 밀수 및 부정수입 등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10일 정부 대전청사 대회의실에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총 9건의 북한산 석탄 등 수입 사건을 수사해 7건의 범죄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입업자 3명과 관련법인 3곳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외교부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또 “북한산 석탄 등을 운반한 배 14척 중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 위반으로 인정이 가능한 선박에 대해서는 관계기간 협의를 통해 입항제한·억류 등의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ㄱ씨 등 수입업자 3명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차례에 걸쳐 북한한 석탄·선철 등 3만5038t, 시가 66억원 어치를 밀수입 또는 부정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 등은 유엔(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에 따라 북한산 석탄 등의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북한산 석탄 등을 러시아 항구에 일시 하역한 뒤 다른 선박에 바꿔 싣고 원산지증명서를 위조했다. 이 위조된 원산지증명서를 세관 당국에 제출해 러시아산인 것처럼 위장해 국내 반입한 것이다. 이는 부정수입 및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는 범죄다.
또, 위장 의혹이 제기된 러시아산 무연성형탄에 대한 세관 검사가 강화되자, 이를 원산지증명서 제출이 필요없는 세미코크스(석탄에 열을 가해 가공한 것)인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으로 거짓 신고해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법은 품목을 허위 신고하는 경우도 밀수입으로 본다”며 “북한산 석탄 등에 대한 금수 조처로 거래가격이 하락하여 국내 반입 시 매매차익이 크기 때문에 불법 반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피의자들은 따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중개무역 대가 등으로 북한산 석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외환 전산망을 조사한 결과 대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음을 밝혀냈다. 선철의 경우 국내 수입업자가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수출자로 위장해 대금을 지급하고, 이를 다른 자금과 합쳐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거래 은행이 피의자들의 불법 행위를 인지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관세청은 밝혔다.
관세청은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향후 부정 수입이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선별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하면 관계기관 합동으로 검색·출항 때까지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또 범죄 우려가 있는 선박과 공급?수입자가 반입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수입 검사를 강화하고 혐의점이 발견될 경우 즉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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