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영업 인생’ 회고록 펴낸 장인수 대표
“사실 저는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고신영달’(고졸 신화 영업 달인)이란 별명을 가진 장인수 조인 대표이사 부회장의 말이다. 주류업계의 신화적 영업자가 수줍은 성격이라니 뜻밖이다.
그는 1980년 고졸 영업사원 공채로 진로에 들어가 상무까지 승진했다. 하이트주조·주정 대표를 거쳐 2010년 오비맥주 영업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이직 1년 만에 오비맥주 시장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렸다. 15년만의 1위 탈환이었다. 맥주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당시 주류업계 관행인 밀어내기를 과감히 없앤 덕이 컸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2012년엔 직원 2천명의 대기업 오비맥주 시이오로 승진해 2년 동안 이끌었다. 그는 최근 주류 영업자로 살아온 삶을 회고하는 책 <진심을 팝니다>(행복한 북클럽)를 냈다. 지난 17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소심한 사람이 ‘영달’이라니? “영업은 호탕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의 마음을 빼앗는 게 영업이거든요. 제품이 아니라 ‘나’를 팔아야 상대 마음을 빼앗을 수 있죠. 고객의 젓가락이 반찬에 닿는 빈도까지 계산해서 좋아하는 젓갈을 알아내 다음날 바로 전해드렸죠.” 영업자가 꼭 기억해야 할 단어는 ‘진심’이란다. “거래처 사장이 깐깐해 어려운 상담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전날 고민고민하다 만나면 의외로 쉽게 풀렸어요. 반대로 내가 편하게 생각해 노력도 없이 만나면 어려움을 겪죠. 진심을 기울이면 상대도 압니다. 우리 국민은 약자엔 관대하고 강자에는 엄해요.” 오비맥주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갈 때 바로 ‘섬김’이란 말을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란다.
‘고객과 문제가 생길 때 고객 대신 먼저 회사를 설득하라. 회사는 같은 편이어서 설득이 쉽다. 술 공급이 부족할 때처럼 영업자가 잘 나갈 때 오히려 칼같이 공정해야 한다. 이때 신뢰를 잃으면 훗날 더 큰 어려움이 닥친다.’ 후배 영업자들에게 전하는 ‘나’를 파는 방법 중 하나다.
상고 나와 태권도 사범하다 군입대
1980년 고졸 공채로 ‘진로’ 상무까지
하이트주조 거쳐 오비맥주 대표 지내
30여년 영업의 맛 ‘진심을 팝니다’에 “밑바닥 현장경험 나눠달라에 용기”
2014년부터 강의하며 1억넘게 기부 2014년 11월 오비맥주 대표에서 물러난 그는 학생들이나 중소기업 사장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왔다. “오비 사장 때 강의 요청을 자주 받았어요. 그땐 피해 다녔어요. 내가 그릇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딜 가나 가운데가 아니라 한쪽 귀퉁이에 앉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어떤 교수님이 그래요. ‘내 인생은 껍데기다. 직접 경험한 게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밑바닥에서부터 하지 않았느냐. 현장의 성공 경험을 전하는 것도 큰 기부다’고요. 그래서 용기를 냈죠.” 강의료는 그 액수만큼 자신의 사재를 더 보태 연말에 자선단체에 기부해왔다. 지난 4년 그렇게 기부한 돈이 1억을 훌쩍 넘는단다. 영업자로 성공한 비결을 묻자 다시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저는 성공한 영업자가 아닙니다. 진로 입사 때 선배가 ‘진정한 거래처 두 곳만 만들면 훌륭한 영업자다’고 했죠. 그땐 속으로 웃기는 소리 말라고 코웃음 쳤어요. 200군데도 만들 수 있다고요. 지금 와서 보니 한 곳의 진정한 거래처도 만들지 못했어요.” 왜? “사고 파는 사람은 생각이 달라요.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입니다. (거래처가)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게 그만큼 어려워요. 그 선배 말을 듣고 진정한 거래처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한 게 그나마 지금의 나를 만들었죠.”
그는 태권도 6단이다. 서울 대경상고를 나온 뒤 입대할 때까지 태권도 사범을 했다. 제대 뒤 제지회사 경리직으로 일하다 영업에 대한 동경을 품고 1980년 5월15일 진로에 들어갔다. “사춘기가 조금 일찍 왔어요. 그걸 운동으로 이겨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공부엔 관심이 없었죠.”
지금의 ‘장인수’를 만든 원천은? “입사 동기 80명 중 12명이 고졸이었죠. 대졸자에게 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운동을 해서 지기 싫어했을 수도 있죠. 뭐든지 더 하자고 맘먹었죠. 인사할 때도 남들보다 더 숙이고 다른 사람 2시간 할 때 전 3시간 일했어요. 휴가도 안 갔어요. 이렇게 하니 거래처에서 ‘성실한 사람’이라고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되었죠. 전 원래 게으른 사람입니다. 대학을 갔다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겁니다.”
오비맥주 부사장 땐 영업직 채용 관행을 바꿔 인턴제를 도입했다. “지식 대신 지혜를 보기 위해서죠. 제도를 바꾸니 지방대생 등 절박한 젊은이들이 많이 합격했어요. 절박함에서 지혜나 아이디어가 나오더군요. 이 신입사원들이 회사를 변화시켰죠.”
그는 책에서 ‘영업의 깊은 맛’이란 표현을 썼다. “다 안 된다고 한 것을 제 노력으로 성취했을 때의 쾌감이죠. 그래서 어려운 곳을 자청해 다녔어요. 한 곳에서 1년 정도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든요. 어려운 곳에서 한번 성취하면 뭘 해도 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요.”
그는 젊은 친구들에게 꿈은 크게 갖지 말라고 조언한단다. “너무 크면 좌절할 수 있어요. 달성할 수 있는 꿈을 생각하고 하나씩 격파해야 큰 꿈을 이룹니다. 태권도도 흰 띠를 딴 다음엔 검은 띠가 아니라 파란 띠만 생각하잖아요.”
오비맥주를 그만 둔 뒤 큰 주류회사들의 영입 제안이 있었지만 그의 선택은 ‘중소기업’이었다. “중소기업인들 상대로 강의를 하면서 인생 시야가 넓어졌어요. 중소기업에서 일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장인수 조인 대표이사 부회장.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980년 고졸 공채로 ‘진로’ 상무까지
하이트주조 거쳐 오비맥주 대표 지내
30여년 영업의 맛 ‘진심을 팝니다’에 “밑바닥 현장경험 나눠달라에 용기”
2014년부터 강의하며 1억넘게 기부 2014년 11월 오비맥주 대표에서 물러난 그는 학생들이나 중소기업 사장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왔다. “오비 사장 때 강의 요청을 자주 받았어요. 그땐 피해 다녔어요. 내가 그릇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딜 가나 가운데가 아니라 한쪽 귀퉁이에 앉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어떤 교수님이 그래요. ‘내 인생은 껍데기다. 직접 경험한 게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밑바닥에서부터 하지 않았느냐. 현장의 성공 경험을 전하는 것도 큰 기부다’고요. 그래서 용기를 냈죠.” 강의료는 그 액수만큼 자신의 사재를 더 보태 연말에 자선단체에 기부해왔다. 지난 4년 그렇게 기부한 돈이 1억을 훌쩍 넘는단다. 영업자로 성공한 비결을 묻자 다시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저는 성공한 영업자가 아닙니다. 진로 입사 때 선배가 ‘진정한 거래처 두 곳만 만들면 훌륭한 영업자다’고 했죠. 그땐 속으로 웃기는 소리 말라고 코웃음 쳤어요. 200군데도 만들 수 있다고요. 지금 와서 보니 한 곳의 진정한 거래처도 만들지 못했어요.” 왜? “사고 파는 사람은 생각이 달라요.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입니다. (거래처가)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게 그만큼 어려워요. 그 선배 말을 듣고 진정한 거래처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한 게 그나마 지금의 나를 만들었죠.”
장인수 대표가 최근 펴낸 <진심을 팝니다> 표지.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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