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역설? 수입쿼터 맞은 철강, 수출액 20~30% 깜짝 증가

철강제품 전세계 수출액, 7월 34%↑ 8월 20.7%↑
트럼프 수입쿼터 제한에도 글로벌 수출액 증가
“수입규제 따른 공급부족으로 오히려 단가 올라”
철강 단가, 6월에 t당 1024달러까지 치솟아
물량기준은 감소…미국시장은 6~8월 20% 안팎↓

그래픽_장은영 김승미

미국이 지난 5월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해 철강 수입쿼터를 발효시킨 가운데, 우리나라 철강의 전세계 수출이 금액기준으로 최근 두달 간 20~30%에 이르는 증가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제한 보복관세 조처가 글로벌 시장의 판매단가를 상승시키면서 ‘역설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미국시장만 보면 수출액이 매월 20% 안팎씩 감소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월 1일 발표하는 월별 수출입동향을 보면, 철강 품목의 전세계 수출액은 7월 34%(35억달러), 8월 20.7%(31억8천만달러) 증가했다. 지난 5월1일 발효된 미국시장 수입쿼터(2015∼2017년 연간 평균 수출량의 70%)에도 아랑곳않는 사뭇 놀라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우리 철강기업의 글로벌 수출액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매월 감소해왔는데, 7월부터는 확연히 반전된 양상이다.

글로벌 철강 수출액이 증가세로 돌아선 배경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철강재 판매단가 급등이다. 글로벌 철강재 단가는 지난해 8월 t당 838달러에서 한국산을 포함한 각국 수입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 및 쿼터 부과를 코 앞에 둔 지난 4월 950달러로 크게 올랐다. 이어 5월 960달러, 6월 1024달러까지 치솟은 뒤 7월 995달러, 8월 970달러선을 기록했다. 작년 8월과 견주면 1년 만에 철강재 가격이 15.7% 증가한 셈이다. 산업부는 “미국의 수입산 철강 보복관세 및 쿼터 부과와 유럽연합(EU)이 지난 7월 19일부터 잠정 부과한 수입 철강 세이프가드(저율할당관세 방식으로 25% 관세 부과) 등 철강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입규제로 전세계적으로 철강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시장 판매단가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초 내놓은 ‘주요 품목별 하반기 수출 전망’에서 “올 하반기에 철강은 철광석 공급 확대와 중국의 수요 하락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의 동시다발적인 수입제한 조처 발동으로 전망이 빗나가며 단가가 오른 셈이다.

글로벌 철강제품 단가가 올 들어 t당 900~1000달러 선을 유지하면서 1~8월까지 한국산 철강의 전세계 수출금액(220억2천만 달러)도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물론 물량 기준으로는 감소했다. 지난 7월 한달 간 우리 철강업체의 글로벌 수출물량은 247만8천t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했다. 또 미국시장만 보면, 수출 금액기준으로도 6월(-19.7%), 7월(-23.4%), 8월(-32.5%) 등 매월 20% 안팎씩 감소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지난 2월7일부터 세이프가드(쿼터물량 120만대에 대해 3년 간 16~20% 관세 부과)를 발동 중인 가정용 세탁기 등 미국시장 가전(냉장고·세탁기·TV 등) 수출은 급감하고 있다. 미국시장 가전 수출 금액은 지난 6월 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2%를 기록했고, 지난 8월에도 -13.1% 줄었다. 올 들어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의 전세계 가전 수출액(45억8천만 달러)도 전년 동기 대비 18.5% 감소했다.

조계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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