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 “고객 필요 분석… 선진시장 확대”
신세계 정용진 “초저가 시장서 경쟁력 찾아야”
씨제이 손경식 “초격차 역량으로 경기둔화 극복”
신세계 정용진 “초저가 시장서 경쟁력 찾아야”
씨제이 손경식 “초격차 역량으로 경기둔화 극복”
새해를 맞아 국내 유통기업 대표들이 신년사에서 앞다퉈 ‘고객과의 관계 재정립’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고 나섰다. 소비자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세분되는 데다가, 트렌드가 급변하는 점을 고려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고객과의 관계 재정립’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화두로 제시했다. 신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현재 우리의 전략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우리의 고객과 가치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뒤, 고객의 필요를 면밀히 분석해 미래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하고, 선진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사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성공보다 빠른 실패를 독려할 것이 제시됐다. 신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직접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이 된다”며 “작은 도전과 빠른 실패의 경험을 축적해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자”고 했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 창출’, ‘공동체와의 공생’도 함께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70억원 뇌물을 건넨 혐의로 상고심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한 메시지로 보인다. 신 회장은 “롯데가 ‘사회가치를 실현하고, 국가 경제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함께 가는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중간은 도태된다”는 핵심 화두를 제시하며 가격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고객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유통기업 아마존이 ‘고객의 절약을 위해 투자한다’는 화두 아래 저가 방침을 내세운 것을 언급하며 고객의 필요를 살필 것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유통업체의 가장 큰 고민은 고객이 아주 빠른 속도로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스마트한 고객 때문에 결국 중간은 없어지고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미지의 영역인 초저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품 개발부터 제조, 물류, 유통, 판매 등 모든 구조에서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손경식 씨제이(CJ)그룹 회장은 3개 유통기업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손 회장은 경제성장 둔화 국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가능성 등 위험 요소를 나열하며 ‘초격차 역량’을 바탕으로 이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손 회장은 “우리의 경쟁상대는 이제 네슬레(미국 식품기업), 디에이치엘(DHL·미국 물류서비스기업), 디즈니(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와 같은 글로벌 1등 업체”라며 2030년까지 세 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비전(‘월드베스트 씨제이’)을 재차 강조했다. 손 회장은 “국내산업에서의 압도적인 초격차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 “1등 사업의 경우 경쟁사와 차이를 더 확대하고 끊임없는 진화와 혁신을 통해 압도적 성과를 창출해야 하고, 1등을 향해 가고 있는 사업의 경우 구조 혁신, 체질 강화를 실현해 기존 경쟁 구도를 흔들어야 한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손경식 씨제이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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