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사가 1만2000여명에 이르는 무기계약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마트, 롯데마트 등 경쟁업체에도 파급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는 1만6000명, 8700여명의 무기계약직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홈플러스와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가 지난달 31일 합의한 ‘2019년 임금협상 잠정안’ 내용을 보면, 홈플러스 소속 무기계약직 1만2000여명(지난해 말 기준 1년 이상 근속자)이 오는 7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기본급은 158만3000원(2018년)에서 176만5000원으로 늘었다. 8년 이상 근속자는 10만~22만원에 달하는 근속수당이 제외되면서 발생하는 임금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연봉을 7.2% 일률 인상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 200%의 상여금을 모든 사원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사쪽은 상여금을 기본급에 집어넣자고 했다가 ‘최저임금 무력화’라는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에 따라 1만2000여명의 사원이 연봉 인상 효과와 더불어 승진·복지 등에서 동등한 처우를 받게 된다. 이제껏 무기계약직은 승진에서 사실상 제외돼 왔는데, 앞으로 자동승급 제도에 따라 4년마다 승진이 가능해지고, 직급에 따라 임금 인상폭과 퇴직금도 달라진다. 노사는 홈플러스의 또다른 법인으로 무기계약직 3000여명이 속한 홈플러스토어즈와 홈플러스 일반노조의 임단협도 조속히 마무리해 ‘비정규직 제로’ 방침을 공식화할 전망이다.
홈플러스 사쪽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장기간 이어진 노사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무기계약직에게만 지급하던 근속수당 최대 22만원을 아끼게 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홈플러스 무기계약직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았다. 어차피 최저임금 인상분을 부담해야 하는데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비판까지 받느니, 정규직 전환이 낫다고 사쪽도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른 대형마트의 태도 변화를 주목한다. 그동안 이들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숫자를 낮춰왔다. 롯데마트는 고용인원 1만4000명 가운데 무기계약직이 8700여명이다. 반면 업계 1위인 이마트는 “무기계약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07·2013년 두 차례 걸쳐 비정규직 1만5000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전원 정규직화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에는 복지, 승진 등 처우에서 차이가 크다”고 주장한다. 이마트 노조는 회사의 무기계약직 인원을 1만6000여명으로 추산한다.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이마트가 ‘무기계약직’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트노조 소속 이마트·롯데마트 지부는 앞으로 ‘하나의 정규직’ 요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만 양쪽 모두 복수노조 체제라 사쪽과의 교섭력이 홈플러스에 비해 비교적 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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