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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프랜차이즈 본사 ‘차액가맹금 공개’가 영업비밀 침해라고?

등록 2019-02-07 14:02수정 2019-02-07 19:32

가맹점에 ‘품질 통일성’ 무관한 품목 구입 강제
본사가 폭리 취하는 사례 잇따르자 법령 개정
차액가맹금, 일부 품목 공급가 예비점주에게 공개

본사들 “영업비밀 침해… 기업 경영 자유도 제한”
점주들 “중간재 공급가로 완제품 원가 추정 어려워”
법조계 “공급가는 점주에게도 알려지는 정보
합리적 노력으로 기밀성 유지된 ‘영업비밀’ 의문”
“본사가 과한 수익 챙긴 것처럼 오해” 우려엔
전문가들 “오히려 폭리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4월 말부터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구매를 강제하는 품목을 통해 얻는 이익(차액가맹금) 등을 가맹 희망자에게 밝히도록 한 가운데, 프랜차이즈 본사 쪽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기업 경영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까지 예고했다.

7일 가맹사업법 시행령 등을 보면, 앞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 희망자에게 공개하는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를 담아야 한다. 차액가맹금은 구입강제품목의 가맹점 공급가격과 본사의 매입가격 차이로, ‘유통마진’으로 불린다. 본사가 ‘품질 통일성 유지’를 명분으로 구입강제품목을 광범위하게 지정하고 유통마진을 크게 붙여 폭리를 취한 사례가 잇따르자, 관련 정보를 미리 공개해 예비 가맹점주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에서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고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에서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고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 “공급가는 원가인데…”

1천여개 본사가 가입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협회)는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본사의 공급가격은 가맹점 입장에서는 판매제품의 원가와 같기 때문에 노출돼선 안 된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업계 반발을 고려해 공급가격 공개 대상을 매출 상위 50%로 제한하고, 범위도 상·하한으로 조정했다. 또 차액가맹금 평균 등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개별 품목의 마진까지 유추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가맹점주들의 관점도 본사와 다르다. 빵집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밀가루·효모 등은 중간재이고, 완제품 가격은 여기에 인건비 등이 더해 정해진다. 공급가로 원가를 알 수는 없다”고 했다.

■ 마진·공급가=영업비밀?

차액가맹금이나 공급가격을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및 기술·경영상 정보라고 규정한다.

공급가격은 점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공공연히 알려지지 않은 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다수 법조인은 입을 모은다. 원가 관련 자료를 영업비밀로 인정한 판례는 있지만 이때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한 변호사는 “공급가격·차액가맹금 등이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짚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업체 비에이치씨(BHC)의 가맹점협의회 소속 가맹점주들이 지난해 9월4일 낮 서울 송파구 신천동 본사 앞에서 ‘불공정 근절 위한 가맹점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광고비 부당 전가 행위와 해바라기오일의 과도한 공급마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업체 비에이치씨(BHC)의 가맹점협의회 소속 가맹점주들이 지난해 9월4일 낮 서울 송파구 신천동 본사 앞에서 ‘불공정 근절 위한 가맹점주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광고비 부당 전가 행위와 해바라기오일의 과도한 공급마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상위법에 근거 없어 ‘위헌’?

협회는 규정을 마련한 방식이 위헌적이라고도 주장한다.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은 법률로 규정돼야 하는데,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가맹사업법은 ‘가맹사업자의 부담’ ‘영업활동에 관한 조건과 제한’ 등을 정보공개서 기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개정 내용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정도의 사안에 해당하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 “유통마진 소비자가 알면…”

협회는 차액가맹금 관련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이 ‘차액가맹금=본사의 부당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유통마진이나 인테리어 등으로 수익을 챙겨왔다”며 “소비자들이 가격 조정 등을 요구할 경우 수익구조를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가맹 희망자에게 비밀서약서를 쓰도록 해 정보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차액가맹금 공개가 원가·유통마진 등에 대한 소비자의 오해를 없앨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한 치킨집 점주는 “소비자로서는 과한 마진을 챙기는 업체를 구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변호사는 “판매마진이 공개되면 본사는 폭리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가맹 희망자는 개점에 앞서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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