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란산 원유 거래 차단 등 이란에 대한 전면적 경제 제재를 발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값싼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선호해온 국내 일부 석유화학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대체할 다른 도입처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어 수급 ‘파동’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22일(현지시각)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도입해오던 석유화학업계는 “예상과 다른 결정”이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미국이 수입 허용 물량을 줄일 순 있어도 수입 전면금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재 면제 기한 종료를 앞두고 정부와 함께 다각도로 미국을 접촉하며 면제 연장을 요청해왔다”며 “수입 전면금지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시도에도 부정적일 것이므로 미국이 쿼터 감소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초경질유인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해 쓰는 기업은 현대오일뱅크, 현대케미칼, 에스케이(SK)인천석유화학, 에스케이에너지, 한화토탈 등 5곳이다. 이들은 이란산 콘덴세이트가 상대적으로 값싸고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수율이 높아 선호한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포함해 8개국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한국의 경우 콘덴세이트 유종에 한해서 미국이 정해준 물량(쿼터)만큼 180일 동안 수입할 수 있었다.
업계는 그동안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조금씩 늘려왔다. 미국이 2년7개월 만에 ‘이란 제재 복원’을 선언한 지난해 8월 이후로 9~12월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은 아예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한시적 면제 결정이 이뤄진 뒤, 수입 물량은 1월 196만배럴, 2월 844만배럴로 증가했다. 2월 기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량의 8.6% 수준이며, 원유를 사오는 18개 국가 가운데 5번째로 많다.
예상 밖 상황이긴 하지만 대규모 수급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도입처 다변화가 이미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산 원유 도입량이 크게 늘었다. 미국산 원유가 전체 원유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2.5%였지만 하반기 들어 8.6%로 높아졌고, 올해 들어선 1월 9.2%, 2월 12.6%로 계속 커지고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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