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4호기에서 발견된 깊이 156cm 초대형 공극 모습. 김종훈 의원실 제공
한빛 4호기에서 발견된 깊이 156cm 초대형 공극 모습 설명. 김종훈 의원실 제공
전남 영광의 한빛 원자력발전소 4호기(점검 중)에서 방사선 누출을 막는 원자로 격납건물에 깊이 157㎝짜리 초대형 공극(빈 공간)이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이런 공극은 역대 최대 크기다. 이 공극이 있는 벽의 두께는 167㎝라 공극을 빼고 남아 있는 벽 두께는 10㎝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한빛 4호기에서만 크고 작은 공극이 102곳 발견된 데 이어, 초대형 공극까지 확인됨에 따라 재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4일 “주증기배관 하부에서 발견된 공극의 크기가 가로 331㎝, 세로 38~97㎝, 깊이 4.5~157㎝인 것으로 23일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공극 발생 원인은 “건설 당시 콘크리트 다짐 불량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한빛 4호기는 1989~1995년에 건설됐으며, 격납건물 건설은 당시 현대건설이 맡았다.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23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았던 심각한 부실공사 흔적이 이제 드러난 것이다.
이를 포함해 한빛 4호기에서는 지금까지 공극 102개와 그리스 누유 부위 8곳이 발견됐다. 한빛 3호기에서 발견된 공극도 90곳이 넘는다. 기계 윤활유인 그리스는 콘크리트벽 한가운데 쇠줄(텐돈)을 매설할 때 쓰인 것으로, 벽면 공극에서 그리스가 발견됐다는 것은 벽 안쪽에 점성이 있는 액체 물질이 흐를 공간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빛 4호기에서 공극 조사가 시작된 것은 2017년 11월이다. 조사 초기에 한수원은 공극의 최대 크기가 7~8㎝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로 길이가 1미터가 넘거나 깊이가 30㎝ 이상인 예상보다 큰 공극이 잇따라 발견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김종훈 민중당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를 보면, 이번에 확인된 초대형 공극은 올 5월 격납건물 주증기관 아래쪽에서 발견됐다. 처음엔 깊이 38㎝로 측정됐는데 확대 점검 과정에서 90㎝로 늘어났다가 23일 157㎝로 최종 확정됐다. 주증기관은 격납건물을 수평으로 관통하기 때문에 이 주변 건물 벽 두께만 통상(120㎝)보다 두껍게 167㎝ 두께로 만든다. 이런 보강 조처가 무색하게도 20년 넘게 대형 공극이 있었던 것이다.
한수원은 “공극에 대한 구조물 건전성 평가와 완벽한 정비로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빛 3·4호기는 ‘벌집 원전’이란 별명을 얻었을 만큼 지역 주민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게다가 이번에 발견된 초대형 공극을 대상으로는 지금까지 소형 공극을 채우기 위해 썼던 보수공사 방법을 그대로 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수원은 8월20일까지 보수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한편 한빛 4호기의 쌍둥이 원전인 한빛 3호기는 지난 6월18일 이뤄진 ‘종합 누설률 시험’(ILRT)에서 실패했다. 종합 누설률 시험이란 사고 상황을 가정하고 강한 압력을 24시간 동안 격납건물 안에 불어넣어 공기가 바깥으로 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당시 압력이 유지되지 않아 확인해본 결과 격납건물 관통부 5곳에서 누설이 확인됐다. 현재 보수 중이며, 보수 완료 뒤 한수원은 누설률 시험을 재개할 예정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