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설립한 생산공장. 사진 농심 제공.
국내 최대 라면업체 농심이 미국에 두번째 공장을 짓고 현지 진출에 속도를 더하기로 했다. 한류 열풍 등으로 미국 내 한국 음식에 대한 영향이 커지는 분위기를 활용해, 국내 대형 식품업체들도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일 농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로나에 15만4천㎡ 규모의 제2공장 부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005년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한 기존 공장의 3배 규모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약 2억달러(2430여억원)를 공장 설립에 쓴다. 기존 공장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멕시코 등 남미지역 제품 공급도 수월하다는 점을 고려해 자리 잡았다고 농심은 밝혔다.
기존 공장이 유탕면 생산 전용인 것과 달리, 2공장에는 건면과 생면 생산라인도 갖출 계획이다. 국외 공장에 건면 등 생산설비를 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은 ‘멸치칼국수’ 등 기존 제품에 더해 ‘신라면 건면’을 미국에 수출하기로 최근 결정한 바 있다. 농심 관계자는 “건강을 고려한 제품에 대한 미국 시장 수요가 커진 점을 반영했다”고 했다.
이번 결정은 라면 업체들의 내수 성장률이 둔화되는 반면 국외 매출이 상승세인 상황을 반영한다. 농심의 지난해 국외 시장 연매출(수출·현지법인 포함)은 2015년 5억5천만달러에서 2018년 7억6천여만달러로 상승세다. 이 가운데 미국 매출은 같은 기간 1억5600만달러에서 2억2500만달러로 늘어, 중국(2018년 2억8천만달러)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크다. 국내 라면 시장이 2013년 이래 5년째 2조원 안팎을 오가며 정체 중인 것과 대조된다. 농심은 지난해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주류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34% 늘어난 데 주목해, 미국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5%로, 일본 도요이스산(46%), 닛신(30%)에 이어 세번째다.
미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식품업체는 농심만이 아니다. 씨제이(CJ)제일제당은 지난해 미국 냉동식품업체 카히키와 쉬완스를 잇달아 인수하며 판로를 확보했고, 동원그룹도 2008년 미국 캔참치 시장점유율 1위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이들 기업 대표들은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마련된 국내 기업인과 만남 자리에 초대된 바 있다.
임소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욕무역관은 지난해말 미국 친환경 유통업체 홀푸드의 트렌드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환태평양 연안 지역 맛의 인기로 소비자들이 이국적인 맛을 추구하고 있고, 색다른 식자재를 찾는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한국 식품에도 호기심을 보인다”고 했다. 한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수요가 다양한 데다가 최근 신한류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 내수 한계를 극복할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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