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8일 오전 7시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탈선한 서울행 케이티엑스(KTX) 열차. 감사원은 이 사고 등으로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 등의 안전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10일 내놨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 등을 대상으로 철도 안전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10일 내놨다. 오송역 전 차선 단전 사고 등 지난해 11월에만 철도 사고가 8차례나 잇따라 발생하자, 국토부 장관 등이 공익감사를 청구해 3월20일부터 한달 동안 감사한 결과다. 철도노조 쪽은 일부 위험작업 대책을 내놓은 것은 의미 있지만 관제권 문제, 철도 시설과 운영의 통합 등 안전을 확보할 근본적인 내용은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28일 호남선 하남~임곡역 사이 유지보수 작업 중 발생한 외부업체 직원 사망사고와 관련해, 작업자에게 열차가 작업 위치 2㎞ 이내에 접근하면 경고화면·음성·진동으로 알려주는 모바일 단말기를 철도공사 직원에게만 지급한 것이 부적정했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는 ‘계약서상 통신비 부담 조건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외부업체 직원에게는 모바일 단말기를 지급하지 않았다.
또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케이티엑스(KTX) 선로 출입 1222건 가운데 809건(66%)이 승인된 작업시간이 아닌 때에 선로 작업자가 출입했고, 271건(22%)은 승인 시간을 초과해 작업을 했는데도 철도공사 관제센터가 이를 통제하지 않아 안전관리에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외부업체 직원에게도 단말기를 지급하고, 승인 시간에만 선로 작업을 하도록 철도공사에 주의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백성곤 전국철도노동조합 미디어소통실장은 “외부 작업자에게 안전구를 지급하고, 철도 현장 진입을 통제하도록 한 것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조 쪽은 이번 감사 결과가, 지난 정부 때부터 국토부가 추진해온 관제권 분리 등 분할 민영화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선 관제권과 관련해, 감사원은 철도공사가 에스아르티(SRT)보다 늦게 도착한 케이티엑스를 먼저 보낸 비율이 11.8%로, 그 반대 경우(2.5%)보다 훨씬 높은 등 자사에 유리하게 관제를 지시해 공정성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케이티엑스는 철도공사가, 에스아르티는 에스아르(SR)가 각각 운영하는데 철도공사가 케이티엑스가 제시간에 운행되게 하려고 경쟁사에 불리하게 관제를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국가철도 관제 업무의 독립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백성곤 실장은 “관제 문제는 철도공사와 에스아르를 통합하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분리 상태를 유지하려는 전제하에 결론을 냈다. 최근 국토부가 철도 분할 민영화 정책을 유지하려고 지속적으로 관제권 분리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를 그대로 수용한 감사 결과”라고 비판했다.
노조 쪽은 시설과 운영의 분리에도 우려를 드러냈다. 감사원은 철도시설 건설을 맡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공사가 끝난 시설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은 철도공사 사이에 시설 인수인계 지연, 사고 책임 전가 등이 발생해 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감사원은 “국토부에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두 기관의 지도·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백 실장은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의 다툼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관 분리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중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시설과 운영을 통합하면 해결될 일인데 그런 대안이 나오지 않아 큰 유감”이라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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