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화학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가 만나 최근 몇 달간 이어진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 및 특허 침해 소송전을 두고 대화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신학철 엘지화학 부회장과 김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16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이날 회동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재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회동에 참여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지만, 산업부 쪽은 막판에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엘지화학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사과 및 기술유출 피해 보상 계획’이 먼저 있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요청해 대화가 성사됐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첫 만남이 있기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노력이 있었다”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두 최고경영자는 이날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부터 두 회사 간 갈등이 맞소송 전으로 전개됐고, 보도자료 등을 통한 수차례 설전으로 깊어진 감정의 골이 표출되기도 한 터라 첫날 만남에서부터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앞서 엘지화학은 지난 4월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엘지화학 인력을 경력직으로 채용해 가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고 주장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제소했고,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엘지화학과 엘지전자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마찬가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등에 제소했다.
두 회사는 어렵게 트인 대화 통로는 유지한 채로 소송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며 “지금까지의 소송에 성실하게 대응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화학은 앞서 에스케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피소당할 당시 ‘추가 법적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소송전이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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