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신형우선주 발행을 통해 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서경배(56) 회장의 맏딸 서민정(28)씨의 최근 회사 복귀와 맞물려 3세 승계 작업의 본격화라는 풀이가 좀 더 유력하게 제기된다.
1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전날 발표한 유상증자결정 공시를 보면, 아모레지는 발행가액 2만8200원에 신형우선주 709만2200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주주 배정 뒤 실권주 공모 방식이고, 신주인수권은 양도가 가능하다. 확보한 2천억원은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주식 133만3333주 취득 등에 쓰겠다는 방침이다. 취득 예정일은 내년 12월11일로, 지주사인 아모레지의 아모레퍼시픽 지분은 35.40%에서 37.68%로 많아진다.
유상증자는 3세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모레지가 발행하는 전환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10년 뒤 1 대 1 비율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우선주는 통상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승계 대상이 지주사 지분을 저렴하게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배당수익률이 2.5%로 비교적 높게 책정된 것도 ‘승계 재원 마련’이라는 분석에 힘을 보탠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 회장이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경우 향후 서씨가 지주사 지분을 3% 넘게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씨는 10대 때부터 지분을 차곡차곡 확보해왔다. 서씨가 보유한 아모레지 지분 2.93%도 우선주 전환으로 확보한 것이다. 서씨는 2006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 구형우선주를 증여받아 아모레지 신형우선주로 교환했고, 우선주가 2016년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서씨는 서 회장의 지분 증여로 계열사인 에뛰드(19.5%), 에스쁘아(19.52%), 이니스프리(18.18%) 등의 2대 주주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서씨가 회사에 복귀한 지 열흘 만에 나왔다. 서씨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졸업 뒤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다가 6개월 만에 중국 유학을 떠났고, 지난 1일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유닛의 영업전략팀 과장으로 재입사했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신증권의 한유정·노희재 연구원은 구주 1주당 신주 배정 비율이 0.0687주에 그치는 점에 비춰 서씨의 지분율 변동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지배구조 강화 목적이 더 크다고 봤다. 11일 아모레지 주가는 전날보다 11.17% 폭락한 6만3600원에, 아모레퍼시픽은 3.1% 오른 14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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