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요경제관련법의 조속입법화를 촉구하는 경제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 부회장 왼쪽으로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이다.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
경제단체들의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성장 둔화’를 강조하며 정부에 정책 전환을 주문하는 공개 목소리까지 냈다. 박근혜 정부 말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재계 단체의 맏형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 등 숨죽여 오던 그간의 행보와는 확연히 결이 다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요 경제관련법의 조속 입법화를 촉구하는 경제계 입장’이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우리 스스로 국내 경영환경을 부담스럽게 만들어 기업의 경쟁력과 민간 실물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꼽은 ‘주요 경제관련법’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유연근무제 확대를 뼈대로 하는 주52시간 근무제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과 데이터 규제 완화 관련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화학물질 규제를 다루는 3법(화평법·화관법·소부장특별법)이다. 해당 법안들은 대체로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지만 국회 논의가 더디면서 수개월 이상 계류돼 있다. 사실 이들의 주장은 국회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해 온 사안들이기도 하다.
이들 경제5단체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공동 회견이란 형식을 빌어 같은 주장을 거듭 내놓은 데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김용근 부회장은 “국회나 정부 쪽에 그간 줄곧 요청드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거 등 정치 일정이 있어서 이번 정기 국회 때 처리 되지 않으면 상당기간 관련 법안이 표류한다는 위기 의식이 재계에 매우 크다. 경제계의 간절한 뜻을 다시 한 번 펴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성명에도 “국회의 소모적 대립과 각 당의 입법 및 선거 전략, 정부의 미온적 자세,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 탓에 입법화에 전혀 진전이 없어 경제계는 답답하고 무력한 심정에 빠져 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단체의 성명은 경기 침체의 원인을 신중하게 서술했으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정부에 대한 쓴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김용근 부회장은 “올해 성장률이 2%가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으로 경제를 촉진할 수는 있으나 실물 부분은 특별한 반전 요인이 안 보인다”고 했다.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은 “기업인들이 왜 투자를 머뭇거리는지 정부가 심도있게 살펴야 한다”며 “감당할 수 없는 규제가 너무 많으며, 무엇보다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을 (다른 이에게) 넘겨줘야 한다. 누가 투자 하려 하겠나”고 했다. 김준동 대한상의 부회장도 “4차 산업 혁명의 한 줄기가 빅데이터 산업인데, 국내엔 해당 투자를 위한 기본적인 입법도 되어 있지 않다”며 “경쟁국은 일찌감치 멀리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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