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3분기 실적을 받아든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에스(GS)칼텍스는 7일 3분기 매출 8조9457억원, 영업이익 3222억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8.8%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49.3% 급감했다. 순이익 역시 52.8% 곤두박질쳤다. 먼저 실적을 공개한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 1위인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은 매출 12조3725억원, 영업이익 3301억원을 올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액은 17.3%, 영업이익은 60.5%나 감소했다. 에쓰오일 역시 매출액은 13.3%, 영업이익은 26.9%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77.6%나 뚝 떨어졌다.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6.2% 감소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2018년 3분기~2019년 3분기 정유사별 잠정실적
정유업계는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지난해 4분기부터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경기침체로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든데다 미국의 셰일오일 공급 증가가 유가 하락세를 이끌면서 재고 평가 손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큰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의 경우 요동을 치면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배럴당 5~6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소비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을 막을 만큼 방어막을 쳐주지는 못했다.
아직 해결 기미가 안 보이는 미-중 무역 갈등이 여전히 세계 경기에 그늘을 드리운 가운데 업계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선박 연료의 황 함량 규제 ‘아이엠오(IMO)2020’로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달부터 황 함량 0.5% 미만인 초저유황선박유(VLSFO) 판매를 시작했으며, 에스케이에너지 역시 선사들과 저유황유 공급 계약을 체결해나가고 있다.
삼성증권 조현렬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3분기부터 향상되고 있고 아임에오2020 효과로 4분기부터는 정유사들의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며 “유가가 현재의 배럴당 50~60달러 횡보 상황이 이어지고 환율의 부정적 영향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 수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이엠오2020 효과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아임에오2020의 기대효과는 길어도 2년 내외로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선사들이 당분간은 비싼 저유황유를 쓰겠지만 점차 선박에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치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6일 자국 해운사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아이엠오2020 적용 시점을 2024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저유황유 소비 증가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것도 업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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