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 자회사 에스케이바이오팜이 뇌전증 환자의 발작 빈도를 낮추는 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 한국 기업이 직접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내년 6월 안에 미국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스케이바이오팜은 성인 뇌전증 환자의 부분 발작(뇌의 특정 부위에서 발작이 시작되는 증상) 치료 신약 ‘엑스코프리’로 미국 식품의약국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제약사가 기술 수출 방식 대신 임상 개발 및 판매 허가 신청 등 과정을 직접 진행해 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엑스코프리는 2001년 기조 연구를 시작으로 한국·북미·유럽 등 2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쳤다. 투약 중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완전발작소실’은 6주간의 약물 유지 기간 동안 엑스코프리 투약군의 28%에서 나타나, 9%에 그친 위약 투약군과 대조됐다. 완전발작소실은 환자의 일상 복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간주된다.
에스케이는 고무된 분위기다. 1993년 대덕연구원 연구팀을 꾸린 뒤 쌓아온 연구 역량이 엑스코프리 허가로 결실을 보았다고 자평했다. 에스케이는 “신약개발은 통상 10~15년 기간과 수천억원 이상 비용이 투입된다”며 “연구 전문성과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했다. 에스케이는 2017년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인수했고, 지난 3월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얻어 판매 중이다.
엑스코프리는 3개월간 마약단속국(DEA)의 중독성 검토 등을 거쳐 내년 2분기(4~6월) 미국 법인 에스케이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될 전망이다. 하루 한차례 12.5~400㎎ 복용할 수 있으며, 다른 뇌전증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에스케이바이오팜은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집계에 따르면 매년 2만명이 뇌전증 추가 진단을 받고 있고, 뇌전증 환자의 60%는 치료제를 복용한 뒤에도 발작을 경험한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뇌전증 시장 규모는 61억달러(약 7조1800억원)에 이른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