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제공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6)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지 4년 만이다. 재계에선 한화그룹의 경영승계가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김 부사장을 비롯한 14명의 임원인사를 2일 단행했다. 김 부사장은 태양광 사업 영업·마케팅 최고책임자(CCO)로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실적을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회사 쪽은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중 첫째로 후계구도 1순위인 김 부사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2011년 태양광 사업체인 한화솔라원에서 시작해 2015년 한화솔라원이 한화큐셀과 합병한 뒤 지금까지 태양광 사업을 맡아왔다.
이번 승진으로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내년 1월1일 출범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의 합병법인(가칭 한화솔루션)에서 전략부문장을 맡게 된다. 지금까지 태양광 사업에 주력했던 김 부사장의 업무 분야는 한화그룹의 주축 사업인 석유화학, 소재까지 아우르게 된다. 한화 쪽은 “한화솔루션에서 핵심 직책을 맡아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기업가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에이치(H)솔루션은 승계작업을 위해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열쇠 역할을 강화해왔다. 2017년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 계열사 한화에스앤시(S&C)에서 물적분할된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부사장이 50%,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25%,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25%씩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100%), 한화시스템(14.5%) 등을 지배하고 있고, 지난 9월 지주회사인 ㈜한화의 지분도 4.2%까지 늘렸다. 에이치솔루션이 3대 주주인 한화시스템의 지난달 상장으로 에이치솔루션 보유 지분 가치는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에이치솔루션은 이 자금 등을 바탕으로 ㈜한화의 지분을 늘려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화에너지와 한화케미칼이 각각 36%, 39%의 지분을 보유한 한화종합화학이 2021년까지 상장하게 되면 에이치솔루션의 보유 지분 가치는 더 커져 김동관 부사장과 형제들의 그룹 지배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동관 부사장은 재벌가 3세 가운데 평판이 좋은 편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엘리트 과정을 밟아왔으나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거나 해외 출장시 수행 없이 혼자 다니는 모습 등이 종종 목격돼왔다. 지난 10월에는 사내커플로 오랫동안 사귄 연인과 이탈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끊임없이 입길에 올라온 두 동생과 대조돼왔다. 술집 시비로 아버지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까지 이어진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뺑소니 사건, 대마초 흡연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 등을 저질렀던 셋째 김동선씨는 현재 유럽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한화그룹은 이날 계열사 임원 승진을 마무리했다. 이번에 승진한 부사장 3명, 전무 13명, 상무 28명, 상무보 74명 가운데 상무보 42명이 70년대생이다. 신임 임원 평균 나이가 48살로 처음으로 40대로 내려갔다. 여성 임원으로 발탁된 한화갤러리아 김은희 팀장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최난주 팀장은 78년생이다. 특히 김동관 부사장이 일하는 한화큐셀은 김강세 상무보와 이준우 상무보가 나란히 40살 최연소 신규임원으로 승진했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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