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지난 4월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보상과 관련해 외부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고성지역 특별심의위원회’가 피해 보상에 대해 합의했다고 31일 밝혔다.
특별심의위는 전날 한전 강원본부에서 제9차 회의를 열어 한전의 최종 피해 보상 지급금 규모를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로 하도록 합의·의결했다. 임야와 분묘 등 피해에 대해 한전의 최종 지급금은 손해사정금액의 40%로 제한했다. 최종 지급금은 먼저 지급된 보상금(선급금) 15%를 포함한다. 특별심의위는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구상(제3자가 채무를 대신 갚아준 뒤 원 채무자에게 지급을 요구)은 한전이 정부·지자체와 협의해서 해결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지자체가 피해 주민에게 개별 지원했거나 지원할 금액에 대해서는 한전에 구상을 청구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특별심의위는 “피해보상금 지급 비율은 한전의 배상책임이 아닌 피해 주민에 대한 생활안정지원금 등 여러 정책적 사항을 고려한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특별심의위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고성 비상대책위원회와 협의해 조속히 현장부스를 마련하고 피해 주민들과 개별 합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합의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특별심의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 피해 주민은 손해배상 소송을 비롯해 개별적으로 법적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한전은 이번 산불로 인한 이재민 가운데 810명의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147억원을 선지급한 바 있다. 아직 손해사정실사를 받지 못한 300여명에 대해서도 1월 말부터 현장 실사를 진행해 피해보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고성경찰서는 지난 11월 고성·속초 산불의 원인이 고압전선 자체의 노후와 한전의 부실시공·관리 등 복합 문제였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전 관계자는 “최종 수사결과는 물론 법원 판단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이재민들의 피해 보상을 위해 성실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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