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대한항공이 고객 가치 혁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대한항공 하은용 부사장, 대한항공 우기홍 대표이사,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 카카오 배재현 부사장. 카카오 제공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총수 일가가 지난해 말 ‘남매의 난’과 ‘모자의 난’을 벌인 가운데,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 1% 가량을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는 3월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카카오가 의결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관심이 높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1% 수준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다”고 20일 밝혔다. 매입 목적에 대해서는 “대한항공과 업무협약(MOU) 이후 한진그룹과 전사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하여 일부 지분투자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결권 행사 여부는 “현재로서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지분 매입 시점은 오는 3월 주총 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매입 기일(2019년 12월26일·주주명부폐쇄일)보다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5일 카카오와 대한항공은
고객 가치 혁신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항공권 검색과 결제, 탑승 수속, 탑승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바일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콘텐츠를 대한항공 기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협약을 체결하면서 밝힌 사업 내용이었다.
대한항공 임원 인사 이후 이뤄졌던 이 협약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에 ‘조원태식 개혁’을 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인사에서 조 회장과 가까운 이들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한항공에 조원태 체제가 구축이 됐고, 카카오와의 업무협약으로 조 회장이 추구하는 '젊은 대한항공'으로 개혁에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취지다.
이런 배경 탓에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현재 한진칼 지분은 총수 일가와 기관투자자들 여러 곳이 분산 소유하고 있는 터라 어느 한 쪽도 절대적 우위를 갖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카카오 쪽 관계자는 “한진그룹 내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기 전에 지분을 매입했다.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어느 쪽 편도 아닌 상황에서 카카오가 엉뚱한 관심을 받게 되어 애매한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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