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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두산중공업 1조 수혈에도 경영 정상화 불투명…모두 탈원전 때문?

등록 2020-03-31 18:25수정 2020-04-01 02:02

[한때 세계 발전설비 1위 업체의 추락]

원전 비중 15% 석탄화력 70~80%
파리협약 기점 수주 잔고 급감
한수원이 준 원전납품대금은 되레↑
위기 원인, 탈원전에 돌리는건 무리

IEEFA, 두산중 경영진 오판 지적
“에너지 전환 피할수 없는 흐름인데
석탄 등 화석연료 중심 사업 유지 탓”
‘부실’ 두산건설 과도한 지원도 한몫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1조원의 정책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때 세계 발전설비 분야 1위로 올라섰던 두산중공업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 추락했을까? 위기 원인에 대한 진단은 엇갈린다. 일부에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데 반해, 경영 악화 배경엔 석탄화력발전 감축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놓친데다 자회사 부실을 떠안은 데 따른 과도한 금융부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수년 전부터 누적된 위기

두산중공업의 경영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5년부터다. 31일 두산중공업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최근 5년 동안(2015~2019년) 누적 당기순손실액은 2조6천억원을 웃돈다. 2015년 8조6천억원이던 신규 수주 금액은 지난해 4조2천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두산중공업의 실적이 나빠진 데는 부실 자회사에 대한 과도한 지원도 한몫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까지 2조8천억원 규모의 누적 순손실을 냈는데,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등을 통해 두산건설에 2조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부실을 견디지 못한 두산건설은 결국 올해 상장 폐지됐고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지분 100%를 흡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수주 급감과 금융부담 등으로 실적이 계속 나빠지자 두산중공업은 사업 재편과 함께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3년 8400여명이던 두산중공업 직원 수는 2017년 7600여명에서 2018년 7300명, 지난해 6700명으로 2년 만에 1천명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노조는 “경영 실패 책임의 회피”라고 반발하지만, 회사 쪽은 “최근 수년간 세계 발전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인력 구조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두산중공업 경영난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두산중공업의 사업 구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반면 석탄화력발전 비중은 70~80%를 차지한다. 2015년 말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이후 세계 석탄화력발전시장은 퇴조 기조에 들어섰고 두산중공업은 이 해를 기점으로 수주 잔고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2015년 5조1천억원대(개별기준) 매출은 지난해 3조7천억대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사업 수주물량이 준 것은 석탄화력발전 물량이 감소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두산중공업의 부실을 무턱대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보다는 석탄화력 발주 감소 등 세계 발전산업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걸 경영난의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국내 원전 건설계획이 중단되거나 축소된 건 사실이지만, 이로 인한 수익 감소가 현재 실적을 설명하는 주된 변수는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 발전설비 등 핵심기기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납품하는데, 최근 한수원 집계를 보면 2017년 에너지전환 정책 이후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원전 관련 금액은 2016년 6559억원에서 2017년 5877억원으로 줄었다가 2018년 7636억원, 지난해 8922억원으로 되레 늘었다.

■ 세계 에너지전환 흐름 놓쳐 위기

시장에선 이번 1조원 차입으로 두산중공업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지만 유동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3월 말 현재 이 회사의 금융권 차입 규모는 7조원(연결기준)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 4조28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4월 중 돌아올 6천억원의 외화공모사채는 지급보증을 섰던 수출입은행의 대출 전환으로 해결될 전망이고 5월 만기인 4천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자체 보유한 자산과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조3천억원 규모의 은행권 대출은 롤오버(만기연장)가 가능하고 이외 상반기 만기인 기업어음 등 5700억원은 이번 국책은행 차입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 지원에도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코로나 사태로 앞으로 세계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수주 전망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벌써 시장에선 두산건설 매각설이 돌고 있지만 회사 쪽은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 외에도 유상증자 등 유동성 추가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두산그룹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두산과 주요 계열사 지분 등을 1조원 대출의 담보로 내놨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자금 추가 지원 여부는 두산중공업의 자구 노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위기 원인을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경영진의 사업 판단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 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멜리사 브라운 이사는 최근 국내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3년 동안 발전시장의 방향을 오판해 국내·외 성장 잠재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며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인데도 여전히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이사는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세계 에너지 시장 동향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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