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히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내식을 담은 운반용 수레는 빈 상태로 겹겹이 쌓여 있었고, 항공기까지 이를 운반하던 냉동차의 긴 대기 줄도 없었다. 기내식으로 가득 차야 할 1층 냉동실엔 ‘가동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인근 3층 규모의 대한항공 기내식센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감이 커진 항공업계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센터는 통상 하루 평균 7만2천여끼를 만들어 30개 항공사에 보냈지만, 최근에는 납품 물량이 3천여끼로 급감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도 1300여명에서 350여명으로 확 줄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인숙 대한항공 기내식담당(차장)은 작업장 천장에 달린 전광판을 가리키며 “운항 예정이던 운항편이 줄줄이 취소됐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운항이 취소되면 주문된 기내식도 취소됐다는 뜻이다. 이 센터 인근에 있는 다른 기내식 납품업체 3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김세용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부 수석은 “대한항공 기내식센터를 포함해 주변 4곳이 하루 평균 14만끼를 공급했는데, 현재 다 합쳐 6천여끼에 불과하다.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 지점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충격의 선두에는 항공업계가 있다. 여객과 화물을 중심으로 짜인 사업구조가 감염병 사태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은 일제히 직원들의 무급 순환휴직에 들어가고 쓸모가 적은 자산(유휴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충격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더 취약한 저가항공사들에서 더 또렷하다. 운항 축소나 무급 휴직을 넘어 인위적인 인력감원 단계까지 나아가는 중이다. 한 예로 이스타항공은 3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내부적으로 현 1683명인 직원을 930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퇴직 신청자 수가 목표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리해고’ 수순을 밟는다는 뜻이다.
이런 탓에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는 정부의 구원줄을 애타게 기다린다. 만기가 돌아오는 빚의 상환 연장은 물론 신규 대출도 싼 금리로 내어달라는 입장이다. 이날 대한항공이 언론매체를 대거 불러들여 기내식 센터를 공개한 것도 정부를 움직이기 위한 여론전 성격이 짙다. 실제 이날 대한항공 쪽은 “정부 지원 대상을 저비용항공사뿐만 아니라 국적항공사 전체로 확대하고,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신용등급을 높이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요구 목록을 내놨다.
하지만 항공업계 지원 방식과 규모, 사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국책은행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두 국적항공사는 코로나19 이전에도 경영진의 경영 실패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의 고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급여 외에 각각 1억7천만원과 6400만원에 이르는 경영성과급을 챙겼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영난 끝에 지난해 말 현대산업개발과 매각 계약을 맺었다. 저비용항공사들 역시 최근 1년여 동안 출혈경쟁 속에 경영 위기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었다. 2005년 이후 고속성장을 해오다 정부의 잇따른 항공면허 발급으로 과당경쟁이 심해졌고 2018년께부터 단거리 노선의 이용객이 포화상태에 이른 탓이다. 국책은행의 전직 고위 간부는 “항공업은 공공성이 있는 터라 지원 요청을 정부가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며 “다만 지원 과정에서 총수 일가 등 대주주에 대한 차등 감자와 같이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묻는 절차도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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