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각 기업의 2019년도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재계에선 지난해 4월 타계한 고 조양호 회장이 받아간 퇴직금이 화제가 됐다.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이 세운 최고 기록(2018년도·410억원)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조 전 회장이 받은 퇴직금은 647억5천만원이었다. 재계 서열 4위 엘지그룹을 이끌던 고 구본무 회장(201억원)보다 세 배 이상 많다. ‘회장님’의 퇴직금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는 걸까?
8일 한진 쪽 설명과 사업보고서 공시 내역 등을 종합하면, 조 전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 ㈜한진칼, 진에어 등 네 곳에서 퇴직금을 받았다. 조 전 회장은 한국항공에도 미등기임원으로 40년가량 몸담았지만 퇴직금 수령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다. 조 회장이 미등기임원은 보수 공시가 되지 않던 2017년 이전에 퇴직금을 조기 정산 받았다는 얘기도 나돌았으나 회사 쪽은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퇴직금 상당 부분은 대한항공에서 나왔다. 약 495억원 규모다. 이 회사는 퇴직금을 산정할 때 모두 세가지를 주요 잣대로 삼는다. 월평균 보수와 지급률, 근속연수다. 지급률은 직급마다 다른데, 전무급은 통상 4개월이 적용된다. 조 회장은 최고 등급을 받아 6개월이 적용됐다. 근속연수는 39.5년이다. 이 잣대로 조 전 회장은 퇴직금 역대 1위 경영자가 됐다.
이 기준에선 지급률만큼이나 월 평균보수도 퇴직금 총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흥미로운 점은 조 전 회장의 월 보수가 최근 6년간 1억7천만원 근처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기간 대한항공의 영업실적은 2016년 한 해만 빼면 모두 당기순손실을 냈다. 사실상 경영 실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월 보수는 그대로였던 셈이다. 퇴직금 산정과는 무관하지만, 영업실적 등이 반영되는 상여금도 조 전 회장은 받아갔다. 지난해 타개 전 3개월 일한 대가로 지급된 상여금은 월 급여 100%인 1억7200만원이다. 사유는 안전운항과 목표 영업이익 달성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한해 전에 견줘 절반 남짓 줄었다. 회사 쪽은 상여금 지급 기준이 된 목표 영업이익의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쪽은 월 보수 책정 기준을 두루뭉술하게만 밝히고 있다. 직위 및 직무와 더불어 리더십과 전문성, 회사 기여도도 월 보수의 산정 근거라고 한다. 월 보수 평가 기준은 이사회 내 위원회인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보상위원회’가 결정한다. 사외이사 추천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엔 그간 조 전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사내이사 1인도 참여하고 있었다.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은 상속자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 회장 등 삼남매 주머니에 들어갔다.
김경락 김윤주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