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걸친 원유 수요 급감으로 원유 재고 저장탱크마다 수용 한계에 이른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의 원유 및 석유정제 제품 저장탱크들도 용량 한계에 거의 임박하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이 급락하는 와중에 우리나라에 도입한 원유가 제때 처리되지 못한 채 남아돌고 정제한 석유제품도 팔리지 않아 저장시설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21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곳의 전략 비축유 저장기지(원유 및 제품)를 운영중인데,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비축시설 용량은 총 1억3500만배럴(원유 1억2천만배럴, 석유제품 770만배럴, 액화석유가스 620만배럴)이고, 비축유는 9600만배럴(산유국과 계약을 맺은 공동비축물량은 제외)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 쪽은 “국내외 수요가 급감하고 있지만 정유사마다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최대한 수출해 바깥으로 내보고 있다”며 “자체 비축 저장시설이 이미 포화에 이른 일부 정유사들은 석유공사의 비축시설을 빌려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원유 도입물량은 10억7190만배럴(WTI 중심으로 미국산은 약 15%)에 이른다. 대한석유협회 쪽은 “국내외에서 항공유·경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급속히 줄어 남아도는 재고분을 더 이상 쌓아둘 데가 없다”며 “정부 비축시설을 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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