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유(WTI)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의 초기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증권사 추가 공급분은 이보다 한참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리 정한 발행 한도 내에서 그때그때 수요에 대응하려 한 것인데, 결과적으론 괴리율을 못 잡고 유동성 공급자(LP) 물량만 빠르게 소진됐다.
<한겨레>가 지난 두달간 더블유티아이 레버리지 이티엔 거래 증가폭을 보니 유가가 급락한 3월9~11일 일일거래량이 이전 영업일인 6일 대비 적게는 4배, 많게는 30배 늘었지만 엔에이치·미래에셋·신한금융투자증권은 전체 주식 수의 0.3~2배씩만 상장했다. 예를 들어 엔에이치투자증권 레버리지 이티엔 거래량이 6일 1만2천주에서 10일 292만주로 크게 뛰었고 일일거래량도 전체 발행량을 초과해 148% 거래됐지만, 엔에이치투자증권은 5영업일 뒤인 18일 200만주에서 400만주로 직전 주식 수의 1배만 더 상장했다. 10일 기준 미래에셋대우를 제외한 3개사 괴리율은 모두 30%를 넘겼다.
거래량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건 투자 수요가 몰린다는 신호다. 시장가격이 급등할 수 있고 유동성공급자의 물량도 더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실제로 3월 초 유가 하락으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고 유동성공급자 물량도 동났지만 증권사는 그 다음주에 추가 상장량을 보수적으로 정한 셈이다.
또 이티엔 일일거래량이 다시 늘어난 3월18~20일에도 이전 영업일인 17일 대비 6~30배가 늘었으나 삼성·미래에셋대우·신한금융투자증권은 직전 주식 수의 1.8~2배만큼만 늘렸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이 시기 추가 상장을 하지 않았다. 특히 삼성증권 이티엔은 19일 하루에만 전체 주식 수의 80%가 넘게 거래됐고 신한금융투자 이티엔도 20일 하루 동안 전체 주식 수의 37%가 거래돼 투자 과열 현상을 보였다. 유가 하락 직전인 3월6일부터 한달간 이티엔 거래 증가폭을 보면, 증권 4사 이티엔 일일거래량은 3월6일 264만주에서 19일 1457만주, 4월6일 8450만주로 31배 늘어난 반면 전체 주식 수는 2300만주에서 9200만주, 2억800만주로 9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4개사 괴리율은 3월 말 10~20%대로 하락했으나 4월 초부터 다시 30%를 넘었다. 4개 증권사는 추가 상장에도 괴리율이 잡히지 않자 4월달 들어 물량을 더 공급했다. 엔에이치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400만주와 800만주를 추가로 상장했고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난달 30일 2억주와 4억주를 추가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한도를 늘리겠다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서가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15영업일이 필요했고, 그사이 투자 수요는 이미 불붙어 괴리율을 30% 이하로 떨어뜨리기 어려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엔 미리 정한 추가 발행 한도 내에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거라 봤다”며 “시장 예측에 실패한 건 맞지만 증권 발행은 일종의 부채 증가여서 무한정 발행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초기에 발행량을 늘렸으면 괴리율을 잡을 수 있었을 거란 의견도 있지만 이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증권사에 괴리율이 벌어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삼성·엔에이치·신한 레버리지 이티엔 투자자 모임’에 가입한 최아무개(52)씨는 “아무리 유가가 급락했더라도 괴리율이 이렇게 벌어지도록 둔 것은 전체 주식 물량을 적게 운영한 유동성 공급자의 잘못”이라며 “금감원 민원 제기와 투자자 소송 등을 통해 유동성공급자들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27일 거래가 재개된 이티엔은 4개 상품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전히 괴리율이 30%을 넘겨 3거래일 동안 매매거래를 정지한 뒤 5월6일 거래를 재개한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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