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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김정주·허민, 또 만났네…이번엔 왜?

등록 2020-05-10 14:04수정 2020-05-11 02:42

‘던파’ 네오플서 4월에만 1조5천여억원 차입
“기존 현금성 자산 7천억원…합치면 2조2천억원”

2018년 영업손실 계기로 허민 ‘고문’ 영입
네오플 창업·던파 개발…2008년 넥슨에 매각
넥슨코리아는 원더홀딩스 지분 11.08% 인수
원더홀딩스, 위메프 지주회사…창업자 허민
“김정주가 넥슨코리아 구원투수로 허민 ‘투입’”

“허민, 넥슨코리아 게임개발·사업구조 개편 주도”
넥슨 매각설 나오기도…지금은 철회된 상태
“김정주·허민 비게임서 ‘큰 거래’ 준비중일 수도”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NXC 대표. NXC 제공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NXC 대표. NXC 제공

넥슨코리아는 온라인게임 ‘던전 앤 파이터’(이하 던파) 개발·서비스 자회사 네오플에서 지난달 3일과 20일 두차례에 걸쳐 각각 3820억원과 1조1141억원 등 총 1조4961억원을 빌렸다. 앞서 빌린 것까지 포함하면 넥슨코리아가 네오플에서 차입한 자금은 1조6961억원에 달한다. 차입 명목은 ‘운영자금 및 투자재원’ 마련이다.

넥슨코리아는 지금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넥슨의 한국 현지법인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엔엑스씨(NXC·제주도에 위치)의 손자회사 뻘이다. 지난해말 기준 넥슨코리아의 현금성 자산은 7천억원에 이른다.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번 차입으로 당장 지출 가능한 자금만도 2조2천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넥슨코리아가 무슨 일을 벌이려고 대규모 차입까지 하며 이처럼 많은 자금을 확보했을까? 넥슨과 엔엑스씨 쪽이 입을 굳게 다물면서 관련 업계에선 예상 시나리오가 무성하다. 무엇보다 김정주(53) 대표와 허민(45) 원더홀딩스 대표가 2008년 네오플 매각·인수 이후 10년만에 다시 만난 것에서 업계는 실마리를 찾는다. 원더홀딩스는 소셜 커머스 회사 위메프의 지주회사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게임업체 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내 게임시장에는 조 단위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인수합병 매물이 없고, 국외 게임업체를 인수하는 것이면 넥슨이 나섰어야 한다. 김 대표와 허 대표가 게임이 아닌 쪽에서 뭔가 큰 건을 준비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와 허 대표가 위메프를 두고 큰 거래를 할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

이런 분석은 둘의 최근 행보를 근거로 삼고 있다. 2018년에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은 견고한 성장을 이어간 반면 넥슨코리아는 1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지난해 8월 넥슨코리아는 허 대표를 ‘고문’으로 전격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눈길을 끌만 한 신작을 제때 내놓지 못한 결과였다. 말이 영입이지, 김정주 대표가 허민 대표를 넥슨코리아의 구원투수로 투입했다는 게 업계 정설”이라고 말했다.

또한 넥슨코리아는 허 고문 영입 한달 뒤(9월) 3501억원을 투자해 원더홀딩스 지분 11.08%를 인수했다. 명목은 ‘전략적 제휴를 위한 지분투자’였다. 엔엑스씨 역시 위메프 지분 9%를 소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허 대표는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 위기에 빠진 넥슨코리아에 몸을 던지고, 김 대표는 넥슨코리아로 하여금 허 대표 회사 지분을 인수해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다시 손을 잡은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허민 네오플·위메프 창업자 겸 원더홀딩스 대표. 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허민 네오플·위메프 창업자 겸 원더홀딩스 대표. 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그동안 넥슨코리아를 두고 업계에선 “경영진이 개발자들을 휘어잡지 못해 화려한 개발진에도 불구하고 기대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는 평가가 많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게임 개발자들은 유명 게임 개발이나 게임 사업을 성공시킨 경력이 없는 경영진의 말은 잘 따르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넷마블 개발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기대작을 속속 내놓는 것도, 각각 회사 경영을 이끌고 있는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게임 개발 및 사업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성공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정주 대표가 국내 최대 게임업체 창업자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국면전환’ 필요성으로 꼽히고 있다. 한 게임업체 대표는 “대통령이 성공한 벤처기업가나 경제인을 만날 때 김택진 대표나 방준혁 의장은 자주 초청을 받았지만 김정주 대표는 제외됐다. 넥슨 본사를 일본으로 옮겨놓고, 법적 시비까지 옮아갔던 진경준 전 검사장과의 자금 거래 등이 김정주 대표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 허 대표 고문 취임 이후 넥슨코리아에선 게임 개발을 주도하던 기존 경영진들이 대거 회사를 떠났고, 넥슨레드와 불리언게임즈 등 게임 개발을 맡고 있던 자회사들이 줄줄이 ‘경쟁력 강화 및 경영의 효율성 제고’란 이름으로 넥슨코리아에 흡수합병되고 있다. 지금은 철회됐지만, 넥슨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 허 고문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허 대표는 이미 업계 판도를 바꾼 큰 거래를 한 전력이 있다. 허 대표는 서울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온라인게임업체 네오플을 설립했고, 2005년 던파를 출시해 ‘대박’을 쳤다. 2008년 7월 네오플을 3800억원에 넥슨에 넘겼는데, 네오플의 던파는 지금도 중국에서 흥행을 이어가며 넥슨의 캐시카우(Cash Cow)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1397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36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금도 넥슨은 ‘모바일 던파’를 최고 기대작으로 꼽아 개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김 대표는 네오플 인수를 통해 넥슨을 국내 최대 게임업체로 성장시켰고, 허 대표는 네오플 매각자금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0년 위메프를 창업했고, 게임업체 원더피플 등도 설립했다. 야구광이기도 한 그는 2011~2014년에는 해마다 30억원 넘는 사비를 들여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운영하며 김성근 감독을 선임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작곡 공부를 하며 미국 독립야구단 ‘락랜드볼더스’의 투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앞서 허 대표는 1999~2000년 서울대 최초의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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