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업종 보고서마다 ‘코로나19’ 어휘 수십차례 등장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에 유의적 영향” 등 문구 들어가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에 유의적 영향” 등 문구 들어가
국내 상장·비상장 대기업들의 1분기 정기보고서와 이를 살펴본 외부감사인의 검토보고서(이하 1분기 보고서)에는 ‘코로나19’가 영업 성과 및 현금흐름에서의 불확실성 원천으로 자리잡은 사실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자동차·철강·화학·석유정제 기업들의 1분기 보고서 ‘주석’의 중요 회계 추정·판단 항목에 “코로나19 영향은 합리적 추정·예측이 불가하고 시장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문구가 들어가고, ‘시장 판매전략’ 항목엔 ‘코로나19’ 어휘가 수십차례 등장했다. 특히 ‘보고기간(3월31일) 이후 사건’ 항목에 “코로나19 팬데믹과 장기화로 영업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기간은 아직 결정할 수 없다”는 언급 대목이 빠짐없이 명시되는 등 보고서마다 온통 ‘코로나19 불확실성’이 강조돼 있다.
■ ‘합리적 추정 불가능’ 토로 19일 <한겨레>가 상장기업 1분기 보고서 제출마감일(지난 15일)에 주요 대기업이 일제히 정기공시한 지난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니 ‘코로나19’가 핵심 경영변수로 수십차례씩 등장했다. 현대자동차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연결실체(연결기준 대상 사업회사들)의 영업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기간은 불확실하므로 코로나19 관련 재무 영향은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삼정회계법인)는 내용이 반복 등장했다. 고도의 회계전문가들조차 코로나19 영향은 합리적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 셈이다.
극심한 매출부진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 보고서는 코로나19 영향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매출 감소·지연, 기존 채권의 회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업·재무상태·경영성과에 미칠 궁극적인 영향은 당분기말 현재 예측할 수 없다.”(삼정회계법인). 기아자동차 보고서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판촉·마케팅 프로그램을 전개해 시장점유율을 방어할 계획”(한영회계법인)이라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국내외 주요 시장여건과 관련해 산업·업종별 시장 경쟁도 및 업황 경기변동 사이클을 넘어 ‘전염병 바이러스’가 보고서마다 등장한 건 전례가 없다.
■ “매우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영업에 미칠 영향을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은 철강·화학·석유정제 기업의 보고서에도 가득 차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영업에 미칠 궁극적인 영향은 아직 알 수 없고, 향후 전개되는 국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19의 지속기간, 심각성은 매우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다.”(포스코·삼정회계법인) “경영진은 코로나19로 연결실체가 사업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지역 및 영업 부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관련 재무 영향은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현대제철·삼정회계법인)
엘지(LG)화학은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강조사항’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업의 생산능력과 고객에 대한 주문 이행능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고서에 담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연결회사의 사업,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 등에 미칠 궁극적인 영향은 현재 예측할 수 없다.”(엘지화학)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장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보고기간 종료일 현재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 연결실체의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에 유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에스케이(SK)이노베이션·한영회계법인)
다만 지에스(GS)칼텍스 보고서는 “항공유는 코로나19로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 증가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정유산업은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 어느 수준으로 시장 여건이 개선될 지 예상하기 어렵다”(삼정회계법인)며 우울한 전망을 덧붙였다.
■ 국내외 시장 판매전략 구상도 담겨 물론 코로나19 돌파를 위한 여러 국내외 시장 판매전략 구상도 보고서에 담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지역 브랜드 향상을 위해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비대면 선호에 따른 온라인 판매 채널 부상, 권역별 온라인 판매 조기 대응을 추진 중”이고, 기아차는 “중국시장은 코로나19 안정화 추세로 조기 정상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며 “체질 개선과 선제적 대응을 통해 코로나 이후 수요 회복이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해 투자비·운전자본 등 현금흐름을 철저히 관리하고, 제로베이스에서 극한적인 비용 절감을 추진하며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극복’을 제시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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